제목 | 내가 죽었다는 말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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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형기 | 작성일2009-08-11 | 조회수46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본당 교우 어머니의 장례 미사에 갔었다. 미사 참례만 하고 오려다가 장지까지 따라가서 매장 예절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돌아가신 분이 아흔 두 살 고령이셨고 평소에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병석에 누우신지 이삼일 만에 편안하게 돌아가셔서 그런지 장지에서의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았다. 호상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사람은 없었으나 편안하게 가신 걸 다들 부러워했다. 매장 예절 중, 고인의 손자가 “인디안의 기도(Native American Indian Prayer)”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시를 낭송하여 분위기를 숙연하게 하였다. 한국말로도 번역되어 소개된 시는 다음과 같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인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말없는 새이며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시 낭송을 들으며 갑자기 4년전 교통 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일 때의 체험이 떠올랐다. 사고 후 거의 2개월이 지나서 의식을 되찾고 나니 상황이 끔찍했다. 다리 하나는 절단되었고, 성대가 망가져서 음식을 전혀 먹고 마실 수 없었고, 목소리가 전혀 나오질 않아서 한 마디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오가며 너무 괴로와서 오로지 죽고싶은 생각 뿐이었다. 어느 날 오후에 병실에 함께 있던 아내가 자리를 떴는데 내 병상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었다. 모두들 짙은 회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는데 표정은 하나같이 침통했다. 사람들의 얼굴을 죽 훑어보니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가슴이 먹먹했다. 자세히 둘러보니 죽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영결 예식을 하려고 모인 것이다. 직감적으로 그 모임이 나를 위한 것임을 느꼈다. “아니, 그럼 내가 죽었단 말인가?”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아내가 병실로 들어 오는 것이 보이고 그들은 사라졌다. 환시(幻視)였다. 그 이후로는 죽고싶다는 생각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강해졌다. 퇴원하고 장애인으로서의 삶에도 적응이 된 후에는 평소에 잘 알지 못하던 이가 돌아가셔도 왠만하면 영결 예식이나 장례 예절에 참석하고 있다. 돌아 가신 이의 영혼이 자신을 위한 마지막 모임에 아는 이가 참석하지 않으면 얼마나 서운하시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Native American Indian Prayer”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 in the morning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And the soft star that shines at night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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