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술 한 잔 걸치고 오는 밤길에 예수들을 만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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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수복 | 작성일2009-08-17 | 조회수497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술 한 잔 걸치고 오는 길에 예수들을 만났다>
한 2년 전부터 늘그막에 여섯 명이 모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함께 나온 친구들과 또 다른 친구들이다. 한 달에 한 번 씩 만나 만원씩 내서 법 먹고 소주, 맥주 서너 잔씩 한다. 한 시간 남짓 이야기 하다가 헤어진다. 한 친구는 사주를 보는데 다방면으로 천재다. 한 친구는 joc(가톨릭노동청년회) 초장기 회원으로 정의파다. 한 친구는 초중고 때 축구선수였는데 은퇴한 함석 기술자다. 한 친구는 체조선수, 교수출신, 문학박사, 시인이다. 한 친구는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국악에 조예가 깊다. 참 착하고 좋은 친구들이다. 모임이 끝나고 시인 회원과 둘이서 소주를 한 잔 더 했다. 걸어서 광주역 육교를 거쳐서 삼십분 걸려 집까지 걸어왔다. 시간은 아홉시 오십분,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덜 되 보이는 분이 사람들이 내다놓은 쓰레기에서 플라스틱 같은 것을 모아서 자전거에 싣고 있었다. 또 조금 걷다 보니까 내 나이 또래 어떤 아주머니 한 분도 쓰레기봉투를 뒤적여 비닐 같은 것을 모으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에서는 분리수거를 해 놓아서 한꺼번에 가져가는데 그분들은 개인주택 동내 사람들이 내놓은 쓰레기봉투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 부스러기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 아저씨와 그 아주머니가 예수처럼 느껴졌다. 그분들은 나 같은 사람하고는 성질이 다른 사람임을 절감했다. 인생에 대하여 내가 터득한 것을 한없이 초월한 깨달음을 지니고 있을 것임을, 그네들이 또 다른 예수임을 알 것 같았다.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된 사람들이 예수다. 그런 예수와 생활에서 한통속이 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구원 받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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