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변함 없는 승합차 사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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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요하 | 작성일2009-08-24 | 조회수1,00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④ 변함 없는 승합차 사랑 1988년에 운전면허를 따고 이듬해 차를 갖게 되었지요. 꽤 늦은 나이에 자가 운전을 시작한 셈인데, 그 세월도 벌써 20년이 넘었군요. 지금까지 세 번 차를 바꾸었는데 모두 승합차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차도 내년이면 10년이 넘게 되어서, 내년쯤에는 차를 바꾸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정든 12인승 프레지오 승합차에 지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막상 차를 바꾸게 되면 더욱 미안해질 것 같고…. 주변에서는 인제 승합차를 그만 타고 품위에 맞는 차를 구입하라는 권유를 합니다. 지역에서 평통위원에, 예총회장에, 성당 총회장을 하면(지금은 아니지만), 품위에 맞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충고'도 들었지요. 하긴 무슨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에 지역의 '인사' 축에 드는 사람이 낡은 승합차를 끌고 가면 좀 미안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승합차가 좋습니다. 옛날부터 동생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두 형제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데는 승합차가 아주 유용합니다. 또 명절 같은 때 대전에서 막내 동생이 오면 세 집 가족이 함께 성당을 가고 성묘를 가는데도 승합차가 제격입니다. 승합차를 갖고 살면서 좋은 일도 많이 했습니다. 성당이나 동네에서 무슨 행사가 있을 때 차량봉사를 한 적도 많고, 15년 넘게 일주일에 한 번씩 70리 상간인 해미성지에 가서 물을 길어다가 여러 이웃집들에도 나누어 드리는 일도 승합차가 있어서 가능했고, 사실은 그런 좋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 계속 승합차를 고수했지요. 지금도 한 달에 두세 번씩 노친 모시고 덕산온천 목욕을 즐기는데, 새벽 시간에 움직일 때는 승합차는 그대로 아이들의 침실이 되지요. 또 돌아올 때는 가족 모두 아침기도와 삼종기도를 하는데, 그때는 우리 가족의 움직이는 기도방이 됩니다. 지난해 '태안 기름과의 전쟁'으로 인한 병상생활 이후로는 해미성지 물긷기 공사를 하지 않게 되어서 이제는 다른 차종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평생 승합차를 고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지요하 막시모 (소설가·태안성당) *<대전주보> 2009년 8월 23일(연중 제21주일) 제1991호 │ 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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