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을 떠나 시몬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위해 예수님께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해 질 무렵에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있는 대로 모두 예수님께 데리고 왔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주셨다. 마귀들도 많은 사람에게서 나가며,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꾸짖으시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당신이 그리스도임을 그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주십사고 붙들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여러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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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복음에서 들려주는 예수님의 행적은 특별한 상황에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릴적에 하루를 마무리를 할 때쯤이면 동네 비석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고, 길흉사가 있을 때면 모두들 그리로 모여들어 이야기꽃을 피우던 동네 어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집에서 열병을 앓는 장모를 고쳐주셨으니 아픔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예수님께 모여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는 예수님을 보고 아무도 그가 떠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아침 일찍 외딴곳으로 가서 아버지와 친교를 이루신다. 예수님의 모든 능력이 아버지한테서 나오고 또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만을 항상 하셨으니 아버지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으로 중요했을 것이다. 이 시간에 와서 그 동네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사명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하며, 그 일을 위해서 오셨다고 말이다.
복잡하고 바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이 복음은 과연 무엇을 전하려 하는 것일까? 난 예수님이 아니기에 그러한 기적을 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분명 성령의 역사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 곁을 지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그의 얘기를 귀담아들어 줄 수 있다. 아니면 말없이 그와 함께 있어 줄 수 있다. 이것을 내 일상 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 직장 동료에게, 학교의 모든 동료에게, 길을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던지는 등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순간마다 “예수님, 당신을 위해서입니다!”라고 하면서 항상, 즉시, 기쁘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복음 선포이며 하늘나라를 전하는 것이다. 그분께서 내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김석인 신부(포콜라레한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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