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 바리사이 몇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예수님께서 .”
◆ 오늘 복음을 들으면 어릴 때 보리나 밀이 영그는 봄날 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날 들판을 지나면서 가끔씩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까먹던 생각이 나 동심의 세계를 그리며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두고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하며 예수님의 제자들이 했던 행동을 비난한다. 이런 바리사이의 모습에 맘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내가 예수님께서 사시던 그 시대에 유다 지방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긴다.
일상에서 보면 나도 모르게 많은 것에 얽매여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많은 판단도 하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바리사이처럼 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름대로 많은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잣대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려야 한다. 예수님을 알게 되고 한 형제가 되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듯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곁을 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임을 알기에 나도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조금씩 마음 안에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의 백성임을 알려주는 표징이었다면 그리스도인인 우리한테는 이제 이웃 안에서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백성임을 알려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때 하느님 자녀로 자유를 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