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신체장애 중에서 불편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말을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 것 같다.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마치 혼자만 뚝 떨어져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측은지심이 든 예수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치유하신다.그런데 오늘 복음의 치유기적은 육체적 장애의 치유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영적인 귀머거리와 말더듬이 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적인 말더듬이는 어떤 사람일까? 신앙을 실천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게 선포할 줄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평생 신자로 살아가면서도 이웃 사람에게 성당에 가자는 말을 못하는 사람, 기도 하라고 하면 못한다고 꽁무니를 빼는 사람,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식사전후기도가 쑥스러워 우물쭈물하거나 허벅지에 십자표시 슬적 긋고 밥 먹는 사람, 교회나 하느님을 비판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소리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말더듬이 신앙인이 아닐까?
영적인 귀머거리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의 말씀은 좋은 말씀이라고 끄떡이면서도 한 귀로 흘려 버리는 사람, 그래서 복음적 사랑은 머리와 입으로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흔히 천주교를 비판할 때 벙어리 교회라고 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전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하느님말씀을 드러내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신자가 많기 때문이란다.
나는 하느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는 아닌지,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하느님 말씀을 이웃에게 전할 용기가 없어 우물쭈물하는 반벙어리 신자는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그런 우리에게 주님은 “에파타”라고 하신다. “이 녀석들아! 제발 좀 열어라!”라고 하시는 것은 아닌지 쑥스럽다.
-◇ 이 재학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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