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의 자비는 곧 사랑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또한 주는 것을 잘 받는 것도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짧은 인생이지만 경험을 통해 볼 때 잘 내어 줄 때 또한 잘 받을 줄 알게 되는 것 같다. 복음은 우리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일러주기 때문이다. 물론 되돌려 받기 위해 내어 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읽을 때면 신이 난다. 예수님께서 하지 말라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하라고 일러주시기 때문이다. 학대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고, 옷을 가져가는 사람에게 가져가게 하고, 판단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하고, 있는 것까지도 내어 주라고 하신다. 심지어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네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해주라고 하시니 우리는 할 일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하나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라고 하신다. 단순하게 사랑하기만을 원하시는 것 같다.
왜 원수를 사랑하고 우리를 학대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 모든 것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단순하게 “너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아무리 해도 다 할 수 없는 것은 ‘사랑의 의무’라고 사도 바오로는 일깨워 준다. 때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생각될 때도 있겠지만, 무한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기에 우리의 밑천도 무한하다. 우리는 단지 아버지의 자비를 퍼서 주기만 하면 된다.
오늘도 세상을 관장하시는 아버지가 계시기에 그분께 모든 것을 다 맡겨드리며, 어제의 것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그분의 자비에 맡겨드리고, 내일은 아직 내 손에 없기에 이 순간만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자비로운 눈길로 모든 것을 바라보며 시작한다.
김석인 신부(포콜라레한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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