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9.9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콜로3,1-11 루카6,20-26
"새 인간을 입으십시오."
‘하느님이 밥 먹여 주냐?’
또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가끔 믿지 않는 자들의
냉소적이면서도 천박한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영혼과 육신의 인간 조건 상
하느님과 밥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화두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 존엄과 품위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하느님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하느님 없이 밥만으로는 인간 품위의 삶도, 진정한 행복도 없습니다.
하느님을 찾을 때 따라오는 밥일 수는 있어도
밥을 찾을 때 하느님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마태복음의 다음 말씀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과연 오늘날 진정 행복해 하는 사람들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은 진정 행복하십니까?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사십시오.
행복은 선택입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을 살지 못하면 앞으로도 행복을 살지 못합니다.
결코 기다려서 오는 행복이 아닙니다.
마음이 열려 행복의 원천인 하느님을 만날 때 비로소 자유인의 행복입니다.
주님 없이 밥만으로는, 돈 만으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오늘 날 부자이면서
마음은 황폐해져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고백성사 보속 때 자주 처방전으로 주는 시편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행복이십니다.”’(시편16,2).
얼마 전 산책 중
버려진 땅에 피어난 달맞이꽃들을 보며 떠올랐던 글도 생각납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땅
언제부턴가 자리 잡아
청초하게 피어 난
달님만으로 행복한
노란 달맞이꽃들
아무도 부럽지 않다
하느님만을 찾아
사막을 찾았던
옛 수도승들 같네.-
달님만으로 행복한 달맞이꽃처럼,
해님만으로 행복한 해바라기 꽃처럼,
주님만으로 행복한 ‘주바라기’사람들,
욕심이 없어 어느 정도의 의식주 생활로 만족합니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선택이요,
하느님을 선택할 때 영원한 행복의 자유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눈을 들어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보시며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
가난하다고, 굶주린다고, 운다고 다 행복이 아니라
주님께 희망을, 믿음을 두고 있기에
가난해도, 굶주려도, 병들어도, 슬퍼도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이 없는 가난, 굶주림, 슬픔 사람을 한없이 망가뜨리고 무너뜨립니다.
하느님은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임을 실감합니다.
하느님을 잃어버리면
가난한 자들은 물론 부자들도 참 사람 되어 살기는 참 힘들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 쪽에 앉아 계십니다.
그러니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현실 무시의 삶이 아니라 현실 이탈의 초연한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돈과 밥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어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상에 죽었고,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할 때
저절로 새 인간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삶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우리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생명이십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모시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가
우리의 생명을 충만하게 하고 새 인간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저절로 우리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
우상 숭배,
분노,
격분,
악의,
중상,
수치스러운 말,
거짓말 등은 시들어 말라 버립니다.
우리는 미사를 통해
매일 어제의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고 새 인간을 입습니다.
새 인간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며
그분을 닮아감으로 참 지식에 이르게 됩니다.
바로 이게 영성생활의 목표며
매일의 성체성사가 이를 이루어 줍니다.
매일 그리스도로 옷 입고 새 인간의 새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주님, 당신 얼굴을 당신 종위에 비추시고
당신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시편31,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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