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제 23 주간 금요일 -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저의 첫 번째 기억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억입니다. 그 분들 곁에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재롱도 떨곤 했는데 삼 개월 새에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죽음을 많이 두려워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어차피 죽는다면 행복하게 살다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되어야하는가를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더니 선생님들이 이승복 열사나 안중근 의사를 예로 들면서 그렇게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것이라 가르쳤습니다. 저는 처음엔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라가 죽은 다음의 생명까지 책임져주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크니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 행복하다고 배웠습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혹은 빌게이츠처럼 큰일을 이뤄내야 행복하다고 가르쳤습니다. 저는 또 그 말이 옳은 줄 알고 위대한 사람이 되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위대한 일을 이뤄내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부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이루어내기까지는 그 맛을 알 수 없으니 마치 쇼윈도에 서서 갖지도 못하는 물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해버려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많은 대통령이 손가락질을 당하고 부자들도 결국 감옥신세를 지는 것을 보고는 그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무엇을 달성해도 그것 자체가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빈 라덴도 그의 나라 백성들에게는 자신의 민족과 종교를 위해 싸우는 위대한 애국자이자 종교지도자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그 사람이 위대한 스승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찾은 가장 완전한 스승은 그리스도였습니다. 그 분만이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 없는 영원한 행복을 가르쳐 주신 분이셨습니다.
어느 순간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옷도 못 입으신 가난한 예수님이 달려 계셨지만 그분만큼 부자는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 것들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실 만큼 부족한 것이 없으신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아무 힘없이 못 박히셨지만 그분만큼 강하신 분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로부터는 미움과 배반을 당하셨지만 그분만큼 사랑받는 분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리스도만이 저를 행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스승임을 깨닫고 다니던 대학도 포기하고 그분을 따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이해할 수 없는 행복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자마자, “라뿌니!”, 즉 ‘스승님!’이라고 불렀듯이 우리의 유일한 스승은 그리스도뿐이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참다운 스승을 갖고 그분처럼 되기 위해 꾸준히 배워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그리스도를 알기 이전에 스승이라고 불렸던 분들은 어쩌면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고는 했지만 참다운 영원한 생명의 길을 가르쳐주지는 못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아버지도 하늘에 계신 분 한 분뿐이시고, 스승도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라고 분명히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기에 스승처럼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는 살아오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가장 적당한 때에 가장 적합한 스승을 만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선생님은 너무 엄해서 첼로를 배우는 것이 재미없었지만 그 다음 선생님은 먹을 것을 함께 먹어가면서 첼로를 즐겁게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 때부터 천재로 불렸고 또 더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어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지휘를 배우고 있는데 그녀는 휴가를 대신해 위대한 지휘 선생님께 지휘를 배우고 돌아온 것이 휴가를 즐긴 것보다 훨씬 즐겁고 가치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천재는 자신이 천재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배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훌륭한 선생님을 찾아 배우고 또 배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은 이제 배울 만큼 배웠다는 교만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유학 와서 만났던 저의 스승은 학문적으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우리나라 나이로는 회갑이 지나셨지만 너무 겸손하여 제자와 무릎을 꿇고 이야기 하시는 분이시고 가난하지만 자신이 받는 대부분의 돈을 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시는 분이시고 남이 버린 옷을 주워 입으시며, 잠잘 곳이 없는 사람들과 사제관을 함께 쓰며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그 분을 보며 잠시나마 가졌던 교만한 생각을 접고,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자는 스승만큼만 되면 되는데 어떤 누구도 그리스도만큼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죽기까지 배워야합니다.
이렇게 따질 때 사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우리도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닮아나갈 스승이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배우고 또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성당에 다니시는 부모님들은 성당에서 사제로부터 배우는 제자들일 수 있지만 집에서는 아이들의 스승이고 또 직업적으로도 가르치는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좋건 싫건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스승으로 삼고 닮아가야 하고 또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야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서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은 참 스승인 그리스도를 멈추지 않고 배워나가는 참다운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스승과 같아질 때까지 배워나가려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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