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9.11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1티모1,1-2.12-14 루카6,39-42
"진아(眞我)의 삶"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고백은 무아(無我)의 삶에 대한 고백입니다.
무아의 삶은 역설적으로 진아(眞我)의 삶이기도 합니다.
내 눈의 들보가 사라져가면서
비로소 무아의 삶, 진아의 삶입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일 뿐
이기적 자기(ego)라는 들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여 자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명상 수행이 필요합니다.
때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바라봐야
공동체 전체 안에서 자기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수도원 배경의 산을 가리며
균형과 조화를 깨고 있는
흉물스런 두 높고 큰 건물을 보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배경의 산이나 주변 환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눈에 거슬리는 모습에
‘아, 공동체의 경우에도 배경인 공동체를,
하느님을 가리는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체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혼자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입니다.
체구가 커서가 아닌
자기중심의 들보가 클수록
공동체의 균형과 조화를 깨는 삶입니다.
자기 고유의 개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기적 자기(ego)를 말하는 것입니다.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 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때로 ‘너나 잘해라.’ 라는 거친 질책을 듣기도 할 것입니다.
제 눈 속에 들보가 있는 한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기 십중팔구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것이 자기를 아는 일이요
대부분 사람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제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합니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들은
제 눈 속의 들보를 보는, 자기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자기를 알아가는 지혜와 겸손이 있을 때
점차 사라져가는 제 눈의 들보인 이기적 자기(ego)입니다.
자기중심의 삶에서
그리스도 중심으로의 무아의 삶, 진아의 삶으로의 전환입니다.
이기적 자기의 들보가 사라져갈 때
그리스도의 맑은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볼 수 있어,
비로소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1독서의 다음 사도 바오로 고백은
바로 이기적 자기의 들보가 완전히 사라진 겸손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를 굳세게 해 주신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께서는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여기시어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라는
요한 세례자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그리스도 그분께서 커지시고
이기적 자기의 들보는 작아질수록
마침내 무아의 삶, 진아의 삶의 실현입니다.
다음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머물러 살 때
사라져가는 이기적 자기의 들보요 진아의 삶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우리 주님의 은총이 넘쳐흘렀습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자기를 비운 우리들에게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은총과 자비와 평화를 내려 주십니다.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여 주소서.”(요한17,17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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