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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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인과 구경꾼
작성자황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17 조회수647 추천수10 반대(0)



 

+ 찬미 예수님

 

예전 신학생 때

학교의 지원을 받아서 세계 청년 대회에 참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열릴 때였는데

동기신학생들과 함께 몇일 더 일찍 출국해서 약간의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고.....

당연히 들뜬 마음으로 떠날 날을 기다렸습니다.

  

여행 이튿째였던가....

피렌체라는 도시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도시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두우모였습니다.

 

 제가 이 곳에 가고 싶었던건....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쿠폴라 라고

성당의 둥근 지붕으로 일종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곳에 서른번째 생일날 오르자고 약속을 합니다.

이 영화 덕택에 그곳은 사랑하는 이들의 성당이라며

사람들에게 특히 연인들에게 명소가 되었습니다.

  

부푼 기대를 하고는 두우모에 갔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와 정말 좋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당은 너무 커서 오히려 삭막했고

쿠폴라는 보수중이라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그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연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그곳에서

저는 쓸쓸하게도 혼자였고

그곳에 어떤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와는 달리 그 어떤 감동도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두우모를 보러 온 구경꾼이었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연인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바리사이인 시몬이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대합니다.

근데 어느 죄인인 여인이 와서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라드립니다.

  

이 여인의 눈물의 참회는

하느님을 향한 것이었고

예수님을 통해 자신의 죄를 용서받습니다.

  

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눈 앞에서 보면서도

시몬은

예수님께서 예언자라면 저 여인이 자신의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할텐데... 라며

예수님을 못마땅해 합니다.

  

죄인인 이 여인은 눈물을 쏟으며

마음아파하고 또 감사해하고 있는데

시몬은 차가운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시몬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스스로를 의로운 이라고 여기며

하느님의 용서에는 무관심합니다.

율법 조항 하나하나에는 충실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정신은 이미 마음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몬은

아무런 감동없이

예수님과 죄인인 여인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우리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부족함과

죄스러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우리를 볼 때는

누가 더 잘났고 못났는지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느님이 보시기에

다 거기서 거기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

잘난 체 하며

형제를 판단하고 업신여기며

하느님의 사랑을

차가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구경꾼이 아닌

겸손되이 엎디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그렇게 하느님과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그때 은총은 장대비처럼 쏟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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