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수술 흔적을 볼 때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0 조회수447 추천수1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⑥
 


                                                 수술 흔적을 볼 때마다




지난해 '바오로 탄생 2000년 바오로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는 '전대사'라는 명칭을 많이 접했습니다.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지정 성당이나 성지를 순례한 교우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희 가족도 전대사의 은혜를 받고, 또 그것을 연옥 영혼들에게 양도하느라 조금은 바쁘게 살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전대사를 많이 생각하며 삽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제 몸의 수술 자국 때문이지요. 지난해 병상생활을 할 때 강남성모병원(오늘의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에서 종격동 수술을 3시간 30분이나 했고, 이어서 정형외과에서 팔과 다리의 농양 제거 수술을 4시간이나 했습니다. 그래서 제 목 아래 오른쪽 가슴뼈 부위와 왼팔과 오른쪽 다리에는 수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요. 상처는 깨끗이 아물었지만 흉터는 그대로 남아 있는 거지요.

목욕탕에 가면 내 수술 흉터에 눈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복부나 하복부 등의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술 자국이 아니고, 목 바로 아래에 있는 큰 수술 흉터이기에 자연 시선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조금 창피스럽기도 하지요.

거울을 마주하고 내 수술 흔적을 볼 적마다 '전대사'라는 용어를 떠올리곤 합니다. 수술에 의해 상처는 깨끗이 아물었어도 그대로 남아 있는 육신의 흉터는 영혼의 흉터를 생각하게 합니다. 죄를 지어 생긴 영혼의 상처를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치유 받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아물었어도 영혼의 흉터는 그대로 남습니다. 이 영혼의 흉터는 연옥 불로 지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묵주기도 '빛의 신비' 4단의 묵상인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 세상 그 어떤 마전장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새하얀 모습으로 변하신 예수님…. 나도 그렇게 되어야만 천국에서 예수님을 뵐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지요.

그렇게 한 올의 흠도 없는 완전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연옥 불로 영혼의 흉터를 지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 고열의 불로 오래 담금질을 해야 순도 100%의 금이 나오듯, 그렇게 연옥에서 순도 100%의 영혼이 되어야 예수님을 뵐 수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연옥 벌을 피할 수 있는(이승에서 영혼의 흉터를 지우는) 방법은 전대사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거지요.

                                                     지요하 막시모 (소설가·태안성당)



*<대전주보> 2009년 9월 20일 제1995호 │ 5면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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