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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25일 야곱의 우물- 루카 9,18-22 묵상/ 언제 어디서든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5 조회수452 추천수2 반대(0) 신고
언제 어디서든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 아가다의 남편은 한창 나이에 실직하고 일터를 찾아 중국으로 건너갔다. 아가다는 십여 년 넘게 두 나라를 오가며 혼자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키웠다. 나 같으면 팍삭 주저앉을 상황에서도 그는 늘 웃었다. 그것은 베드로처럼 “하느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믿고 기댄 사람의 느긋함이라고 나는 그의 웃음을 부러워하며 십여 년 연상인 내 신체 나이를 부끄러워했다. 그는 혼자 익힌 중국어 실력으로 신구약성경 필사를 끝냈고, 얼마 전 한참 늦깎이로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들어갔다고 해서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요란하게 번쩍이지 않았지만 그는 빛났다. 그런 아낙들이 곳곳에 박혀 있어 우리나라가 이만큼 버티는 거라고 든든한 묵상을 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셨을 때 아가다는 마침 중국에 있었다. 그곳에서는 평화방송을 시청할 수도 없었고 주일에 한 번 중국 건물을 빌려 미사를 드리는 형편이라 생각 끝에 아가다는 자기 집에 분향소를 차렸단다. 추기경님 사진을 모시고 촛불은 켰지만 영 송구스러웠고 그 며칠 간 옷 갈아입기도 민망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어설픈 분향소를 송구해하며 드렸을 아가다의 간절한 연도가 연상되어 콧마루가 찡했다. 추기경님의 영혼이 가장 달게 가장 먼저 그의 연도를 흠향하셨을 것 같았다.

사실 후닥닥 튀어나오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평소 그분을 ‘품고’ 그분을 ‘느끼고’ 그분을 ‘살았음’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아가다는 언제 어디서든 주어진 상황에서 예수님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예수님의 침묵을 알아들을 사람(루카 9, 21 참조),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넘어 부활의 영광을 맨 먼저 내다볼 사람이 아닐까?
이난호(서울대교구 구로1동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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