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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내면의 아이도 받아들여야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8 조회수438 추천수4 반대(0) 신고
 
 

우리 내면의 아이도 받아들여야 - 윤경재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와 함께 스승님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막지 마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루카 9,49-50)

 

 

사도 요한은 열두 사도 중에 제일 어린 나이였습니다. 또 복음서에는 그가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더 큰 관심을 받아보려 하는 요한의 성격이 나타납니다. 자기가 한 일을 예수님께 인정받으려는 심사가 담겨 있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예쁜 짓하고, 잘했으니 칭찬해달라고 조르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그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다.’라는 9,48절의 내용을 보면, 여기서 사도 요한은 예수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한 가지 꾀를 낸 것입니다. 예수님의 권위를 지키려고 우리가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고 보고하는 것입니다. 

어릴 적에 형제가 많은 데서 자란 이들이 주로 이런 체험을 합니다. 자기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어린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여려 다른 형제를 해코지할 수는 없겠고 어떻게든 튀어보려 합니다. 부모의 마음에 드는 예쁜 짓을 해보려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자신의 욕구를 감추어야 하고 점차로 자기 내면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채 속으로 억압해야만 합니다. 진정한 자기를 감추고 가면 속에서 살게 됩니다. 칭찬받을 일을 만들어 부모님께 접근하게 됩니다. 그때 부모님에게 뜻한 바대로 칭찬을 얻어내면 그는 점점 그 역할에 매달리게 됩니다. 전체를 조망해 보는 눈을 잃고 오직 다른 사람의 칭찬에만 매달리는 성격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가 뜻대로 안 되면 마침내 고자질까지 하게 됩니다.

 사도 요한의 태도에서 이런 면이 드러납니다. 그의 말 속에는 ‘제가 착한 일을 했죠?’라고 예수님께 동의를 구하면서도, ‘저희가’라고 복수형을 써서 혹시나 잘못되었다고 혼자 야단맞을 것까지 대비하였습니다. 어린 학생이 선생님께 고자질하며 동의를 구하는 유치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때 예수님의 태도가 역시 탁월합니다. 요한의 편을 들거나 또, 그를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전체 제자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실 뿐입니다. 그것도 원칙적인 대범함을 들어 설명하십니다. 그럼으로써 나중에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 큰 원칙을 깨닫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요한과 제자들의 편협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한이 보인 편 가르기 행동은 지금 인류가 겪는 고통 중에 큰 원인을 차지합니다. 민족 간, 나라 간에 벌어지는 전쟁과 증오는 모두 편 가르기에서 출발합니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왜 그랬는지도 잘 모르는 때도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님의 사랑을 더 차지하려는 행동이 형제지간에 분란을 일으키듯, 하느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것도 큰 걸림돌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에는 자기 내면에 아직도 미성숙한 아이로 머물고 있는 자아를 받아들이고 성숙한 예수님께 드러내 보이라는 요청도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눌러왔던 억압이 상처가 되어 자신을 불구자로 만들었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스스로 성숙하다고 거짓 가면을 쓰고 살지만, 불현듯 치솟아 오르는 상처의 기억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자신도 모르고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고는 뒤늦게 ‘나도 왜 그랬는지 몰랐어.’라고 변명하기에 급급합니다. 실제로는 자신 안에 상처 받은 어린 아이가 숨어 있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둠을 뚫고 빛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안락한 어머니의 자궁은 실상 어둠 속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모태를 열고나올 때 자지러지게 웁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세상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고통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도 성숙하지 못하여 인간이 빛으로 나아갈 때 거치는 시련을 상처로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미성숙한 어린 아이로만 머물려고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행동이 얼마나 퇴행에서 나오는지도 모릅니다. 

자신 안에 여전히 어둠 속에 머물고 있는 행동을 찾아내어 예수님께 봉헌해야 합니다. 내면의 아이를 보듬어 주고 용서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이름으로 어린아이를 받아들이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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