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의 관심은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주식 · 부동산 등 재테크에 관한 책들이 서점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왜 모두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요? 삶의 여유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삶의 진정한 자유는 버림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수님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비우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삶의 여유과 자유를 주는 것 가운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가전제품입니다.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여가 시간을 자기 개발과 문화생활을 위해 활용한다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텔레비전을 보는 데 사용되고 결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중독되어 가지는 않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기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외모 가꾸기와 영어를 비롯한 경쟁력을 위한 학원 다니기에 소모된다면 결국 우리는 여유로 얻은 시간을 다시 부자 되기 위한 노력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 편리한 가전제품을 사고 더 좋은 것을 사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국 남는 것은 우리집 텔레비전은 몇 인치짜리고, 냉장고는 몇 리터라는 식의 초등학생 같은 자랑만 남을 뿐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물건이나 사람이나 어떤 것에 매이지 않고 스스로 인정하고 만족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줄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신앙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하느님께서 만드신 본연의 모습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입니다.
오늘은 한가위입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일 년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가족과 함께 지금까지 받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때 우리는 평화를 간직할 수 있습니다. 내 가족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충분히 사랑할 만하지 않습니까?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의 손을 꼭 잡고, 지금 곁에 없는 가족은 마음속에 떠올리며 사랑한다고 말해 봅시다.
이요한 신부(부산교구 안락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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