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0월 12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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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10-12 | 조회수1,021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10월 12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루카 11장 29-32절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 시대 기적>
오늘날도 예수님 시대와 마찬가지로 기적이나 표징을 요구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디 가면 특별하다더라, 어디가보니 정말 말씀이 좋다더라, 어디 가니 어떤 분 ‘기도빨’이 세다더라며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가시는 분들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큰 교회 행사만 치러지면, 하늘을 유심히 쳐다들 보십니다. 일상생활 안에서도 꾸준하고 지속적인 영적생활보다는 뭔가 대단 한 것, 눈길을 확 끄는 화끈한 것을 찾습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탑 쌓듯이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기보다는 드라마틱한 대반전,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동화 같은 결말을 기대합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에서 표징이나 기적을 찾아야 되겠습니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멀리 가실 필요도 없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봉헌할 수 있는 매일의 미사야말로 기적 중에 기적이요, 표징 중의 표징입니다. 정성껏 봉헌되는 미사 안에서 우리는 빵과 포도주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준비된 미사 안에서 우리는 또 다른 홍해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어제의 나를 홍해바다에 깊숙이 묻고 새로운 나로 새로 거듭 태어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입국할 수 있습니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웃들의 얼굴에서 우리는 기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한 쪽 문을 닫으시지만 언젠가 또 다른 문을 열어주심을 굳게 믿는 이웃들 안에서 우리는 하늘의 표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의 병폐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이 시대, 없이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웃들 안에서 우리는 기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수련자 형제들, 제가 봐도 불쌍합니다. 요즘 동네 개들도 목에 걸고 다닌다는 그 흔한 핸드폰도 없어서, 가끔씩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집에 전화 한통 걸려 해도 저한테 허락받고 해야 합니다. 우리 형제들 호주머니 뒤져보면 동전 한 푼 없습니다. 점심식사만 끝나면 오후 내내 ‘강제노역’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수련자 형제들 한명 한명에게 물어보면 그래도 행복하답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행복입니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고통 속에서도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에서, 심각한 투병생활 가운데서도 한없이 평화로운 환자의 모습에서, 임종의 병상 위에서도 또 다른 희망으로 상기되어 있는 형제의 얼굴에서 우리는 기적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내가 오늘 엮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기적은 어디 다른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특별한 대사건이 아니라 오늘 내 삶 안에서 내가 이뤄내야 할 숙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다름 아닌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기적을 계속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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