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0.12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로마1,1-7 루카11,29-32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
며칠 전의 체험을 잊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것 같은 현실이
순간 부재(不在)로서 현존하시는 주님의 충만으로 느껴지면서
많이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오늘 새벽 성무일도 중 다음 시편 두 구절도 새로웠습니다.
“당신 아닌 누가 하늘에서 날 위해 주오리까?
당신과 함께 있노라면 즐거울 것 땅에는 없나이다.”
“하느님 곁에 있는 것이 내게는 행복,
이 몸 둘 곳 주님, 나는 좋으니 하신 일들 낱낱이 이야기 하리이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예수님이십니다.
어제 어느 분과의 대화 중
문득 ‘아, 내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많이 잊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사 중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 미사 후 파견 시
“미사가 끝났으니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 등
‘주님과 함께’ 가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역시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말씀으로 끝맺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
바로 이게 불림 받은 우리 모두의 자랑입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우리 모두 주님께 부르심을 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
바로 이게 우리의 신원이며,
주님께 부르심을 받음으로 충만한 존재의 삶을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늘 주님과 함께 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은총과 평화를 내려주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오늘 복음에서 표징을 요구하는 믿음 없는 세대를 향한 주님의 탄식은
그대로 오늘의 세대에도 적용됩니다.
함께하시는 주님을 잊을 때
누구나 악한 세대에 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주님과 함께 있다는 자각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래야 나태와 탐욕, 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
솔로몬보다 더 큰 지혜 자체이신 주님께서,
요나보다 더 큰 예언자이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며 부단히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이런 주님과 함께 한다는 자각이
우리를 부단히 깨어있게 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서산대사의 법문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수본진심 제일정진(守本眞心 第一精進)”
수행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본래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제일의 수행이라는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할 때 순수한 마음을 지니게 되고,
이런 순수한 마음으로 온갖 수행에 정진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당신의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고
오늘도 당신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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