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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3일 야곱의 우물- 루카 12,54-59 묵상/ 시대를 읽는 눈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3 조회수494 추천수2 반대(0) 신고
시대를 읽는 눈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 그러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가, 재판관은 너를 옥리에게 넘기고 옥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과학 발전과 대중매체, 특별히 인터넷 보급으로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지식 정보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자유롭고 자율적이어야 할 텐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현대인들이 오늘의 사회와 사건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얼마나 쉽게 포기하는지를 보면 때로는 아찔해진다. 대중매체, 그것도 방송의 힘은 참으로 강력하다. 은연중에 사람들을 움직이는 ‘유행’이라는 것도 있다. 많이 배운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스스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수고가 귀찮아서 혹은 혼자 외톨이가 되거나 따돌림당하기 싫어 무리를 따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시대에는 각 분야에 많은 전문가가 있다. 이 전문가들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때로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유명인사나 전문가의 말이 방송 매체를 통해 전해질 때, 그 내용과 사리를 따져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더 무섭다. 동서고금을 통해 보면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무조건적 추종을 강요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사이비 종교, 신흥종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현혹시켰는가.

그런데 예수님은 건전한 상식을 중시하신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사람에게 ‘네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 고 일깨워 주신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가능성이, 다른 사람을 형제자매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이 우리에게 이미 주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말씀에는 이 세상에 이미 도래하기 시작한 하느님 나라의 징조를 알아채지 못하는 동시대인에 대한 예수님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왜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느냐고 꾸짖으시는 말씀에 이어지는 구절은 재판정에 가기 전에 고소인과 합의를 보고 화해하라는 가르침이다. 하느님의 심판이 임박했으니 미루지 말고 회개하라는 말씀이다.

아무리 전문가나 학자 또는 성직자의 말이라 해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가장 큰 계명을 벗어나는 것이라면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온갖 주장이 난무하고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우리 마음속에 현존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숨결에 귀 기울이며 상식과 양심,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애써야겠다. 심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세상에 이미 펼쳐지는 하느님의 다스림, 고요한 그분 사랑의 손길을 발견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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