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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집" - 11.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0 조회수372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1.20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마카 상4,36-37.52-59 루카19,45-48

    
 
 
                                                        
 
 
"하느님의 집"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에
붉게 물든 동녘 하늘,
하느님을 찾는 이들의 기쁨을 상징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참 기쁨, 참 행복입니다.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대로 성전을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실로 당신의 궐내라면 천 날보다 더 나은 하루,
  악인들의 장막 안에 살기보다는,
  차라리 하느님 집 문간에 있기 소원이니이다.”

“당신을 그리면서 성소에 왔사오며,
  당신의 힘, 당신의 영광을 뵈오려 합니다.”
“내 항상 당신의 장막 안에 살았으면 싶사옵고,
  당신 날개 그늘 아래 들었으면 싶사옵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입니다.
 
성당이든 방이든 문밖을 나서면
본능적으로 눈 들어 바라보는 하늘입니다.
 
며칠 전 수녀원에 미사 드리러 갔을 때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눈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늘 아래 아파트 숲 속의 수녀원 정원의 겨울 나목들,
그대로 거칠고 험한 사막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가난한 수도자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아침 일어나자마자
하느님의 집 성전을 찾아 기도로 시작하는 수도자들입니다.
 
성전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성체로 영혼을 채우고
이어 식당에서 음식으로 육신을 채운 후
일터로 나가는 수도자들의 삶,
그대로 믿는 이들의 삶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성당(영혼), 식당(육신), 일터의 순서라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이, 눈이 보이는 성전이 우리 삶의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유다와 그 아들들,
예루살렘을 탈환한 후 우선적으로 착수한 일이 성전정화였습니다.

“이제 우리 적을 무찔렀으니, 올라가서 성소를 정화하고 봉헌합시다.”
하느님의 성전은 공동체 일치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온 군대가 모여 시온산으로 올라가
새로 만든 번제 제단 위에서 율법에 따라 희생 제물을 바칩니다.
 
이민족들이 더럽혔던 제단을 정화하고 그 제단을 다시 봉헌합니다.
 
온 백성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자기들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신 하늘을 찬양합니다.
 
이들은 여드레 동안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으며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치고 친교제물과 감사제물을 드립니다.
 
이게 바로 성전의 거룩한 기능입니다.
 
전례축제를 통한 공동체의 일치와 힘이요,
정화되고 성화되는 성전에 공동체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 끊임없이 이 거룩한 성전에서
하느님께 미사와 성무일도의 기도를 바칩니다.
 
이런 거룩한 성전이 속화되는 것에 대한 주님의 분노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거룩한 분노입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말씀하시며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시는 주님이십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는 순간
아주 오래 전
백련암을 찾았던 어느 구도자와
성철 스님의 문답이 생각났습니다.

“백련암은 어떤 곳입니까?”

“세상을 속이는 곳이다.”

모든 수행자들이 명심해야할 말씀입니다.
 
깨어 살지 않으면
성전이나 절은 강도들의 소굴이나 세상을 속이는 것이 될 수 있고,
여기 사는 수행자들은 강도나 사기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 무서운 말씀입니다.
 
분도 규칙에 나오는 다음 말씀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들은 행실로써는 아직 세속에 충성을 지키면서도
  삭발로써 하느님을 속이는 것으로 알려진 자들이다.”
세속에 충성을 지키며 삭발로써 하느님과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 수도자가, 사제가 되지 말라는 준엄한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이자 기도의 집이자 말씀의 집이요 영혼의 집입니다.
 
이게 성전 본연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 정화 후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십니다.
 
온 백성이 그분의 말씀을 듣느라고 그분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기도의 집이자 말씀의 집인 성전으로서의 정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거룩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바로 진리입니다.
 
기도는 물론 진리의 말씀을 통해
정화되고 성화되는 성전이요 공동체요 우리들입니다.

복음 묵상 중 떠오른 빛과 어둠이었습니다.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경청하는 이들이 빛이라면
역설적으로 예수님을 없앨 방도를 찾는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어둠의 세력입니다.
 
이런 어둠의 세력이 성전을 장악할 때
성전은 강도들의 소굴이 사기꾼들의 집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의 종교지도자들에게 경종이 되는 말씀입니다.
 
오늘도 좋으신 주님은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미사를 통해
성전과 우리 수도공동체는
물론 당신의 성전인 우리 모두를 깨끗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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