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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상기님의 둥둥 북소리 298
작성자김명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2 조회수444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의 묵상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33ㄴ-37

그때에 빌라도는 예수님께 33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며 연중 제34주일이므로 교회 전례력으로는 금년 한해 마지막 주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의하면 유대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고발한 죄목은 유다인들의 임금을 사칭하였다는 죄목으로 고발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는 로마 당국의 꼭두각시 왕조인 헤로데 왕조시대였으므로 유다 임금을 사칭하였다면 반역죄에 해당됩니다.

당시 로마는 식민지 각 나라의 종교를 모두 인정해 주는 다종교국가였으므로 통일된 국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유대 지도자들은 그들 종교인 유대 율법으로는 예수님을 어떻게 할 수 없으므로 세금거부 선동죄로 옭아매려고 했으나 이도 여의치 않자 반역죄로 고발하였습니다. 당시 유대사회는 율법을 위반하면 돌을 던져서 처형했으므로 예수님이 안식일 법을 어겼다면 그들 율법에 따라 돌을 던져서 처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율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을 완성하였으므로 죄목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안식일 법을 위반한 죄목으로 처형하려고 했으면 민중들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므로 오히려 문제가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마 당국에서 반역죄로 처형하면 유대 사회의 여러 논란을 잠재울 수 있으므로 유대지도자들은 아주 비열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속셈을 알고 있는 빌라도 총독은 오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유다인들의 임금을 사칭하였다고 고발한 사실을 예수님께서 부인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빌라도 통치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로 고백하는 우리 사도신경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임금이라는 사실을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임금은 아니지만 내 나라의 임금이셨기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우리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주님의 나라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즉 우리는 주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명심하여 주님의 백성에 합당한 사람으로 살겠다는 우리의 각오를 확실히 하는데 참 뜻이 있다 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주님의 나라에 속한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를 알아야 하므로 오늘 복음은 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흔히 죽은 사람들이 가는 나라 즉 천국을 하느님의 나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루카 20.38)는 사실을 부활논쟁에서 이미 알려주셨으므로 하느님의 나라는 죽어서나 가는 천국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나라이며 바로 지금 우리들이 사는 이 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하느님의 나라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잘못된 이적이나 기적을 바라는 기복 신앙인들 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 같습니다. 기복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를 아예 성황당 미신으로 타락시키고 있으며 일부 교회에서는 오히려 이를 부치기고 있습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하셨으므로 예수님이 다스리는 나라는 진리의 나라입니다. 우리가 진리의 삶을 사는 것이 주님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며, 진리의 삶을 사는 사람이 주님의 백성이며, 진리의 삶을 사는 사람이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인입니다. 참 그리스도 교인을 판별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이며, 진리의 삶에 얼마큼 근접한 삶을 살고 있느냐 입니다.

우리 그리스도 교인에게 있어서 진리는 예수님이 알려주신 복음 말씀이며 그러기에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하셨습니다. 이 말씀에서도 아버지는 곧 진리의 궁극을 뜻하고 있으므로 유대교의 하느님은 상선벌악의 하느님이었다면 예수님이 알려주신 하느님은, 우리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은 진리의 하느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진리의 세상이 아니라 온갖 거짓이 활개 치는 거짓된 세상입니다. '여기도 짜가 ♬, 저기도 짜가 ♬, 짜가가 판친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온통 짜가가 판치고 있으므로 참 세상에서, 진리의 세상에서, 주님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 우리의 구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만 뜨면 온갖 거짓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주일에 그리스도 왕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는 오늘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므로 진리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한 해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리의 임금님 목소리와 짜가 임금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사랑과 자비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진리의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오늘 묵상을 마칩니다. 

대자대비하신 아빠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은 진리의 나라 임금님이라 하셨습니다.
주님을 임금님으로 모시는 저희는 온갖 거짓이 판치는 나라의 백성에서
사랑과 자비가 충만한 진리의 나라에서 살고자 모였습니다.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여 저희 모두가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과 자비가 충만한 진리의 길로 나아가
영원한 생명이신 아빠 하느님을 뵈올 수 있도록 성령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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