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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서리오신 날의 노고(勞苦)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3 조회수661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서리오신 날의 노고(勞苦)
                                                                     이순의
 
 
 산골에는 서리께서 한양 천리보다는 한 달은 일찍 당도 하시는 것 같고요.
저기 아랫녁 땅끝보다는 한달 하고도 달포는 더 일찍 당도하지 않나 싶습니다.
먹거리인 녹색 농산물을 일구는 사람에게는
서리 오시는 날에는 여러가지로 고생이 됩니다.
차짐을 채워야 되는데 꽁꽁 얼은 작물에 손을 댈 수가 없거든요.
살얼음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푸른 잎이 그대로 부숴져버립니다.
농군의 입장에서는
차짐이 차지 않으면 농토를 돌보러 다닌 품값은 커녕 농비는 제외하고라도
그 날의 작업인건비라든지
집채만한 차 운임이라든지
작업할 작은 차들의 운송비라든지
새참이며 기타 비용들이 미달 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중 시세가 비쌀 때는 좀 해볼만 하지만
올해처럼
태풍도 없이 일기조건이 원활하여 풍작일 경우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값이 저렴하기도 하고
신종풀루니 뭐니 해서 소비전선에 먹구름이라도 덮인 해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동반하여 먹고 살아야 하는 빈곤감이란
새벽 어둠에서부터 근심이더랍니다.
그래도 또 그런 내색 없이
꽁꽁 얼어붙은 차량들의 유리창에 차디찬 냉수를 뿌려 녹이고
라이트에 비상등이라도 깜박깜박거리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전진!
 
 
 
 
 
모닥불 피우며 얼은 손 녹이고, 시린 발 녹이고,
농군은 씨를 심기 전에 준비하는 순간부터 거두는 마지막 시간까지
진짜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살아야 합니다.
한 사람에게 10분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한 사람이 10분간 하는 노력의 결과는 별게 아닙니다.
그러나 40명의 10분은 400분이며
40명이 하는 400분의 노력은 엄청난 댓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리 오시는 날에는
10분이 문제가 아닙니다.
60분도 넘고, 120분도 넘게 됩니다.
거기에 사람 숫자 40을 곱해보면.........
손해지요. 손해이고 말고요.
그래도요.
오랜만의 여가라고 마음을 비우고요.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부르며 아침 한 때를 즐겨 줄줄도 알아야 합니다.
 
 
 
 
 
 
 
 
 
 
 
막간을 이용하여
한쪽에서는 모닝커피도 타 마시고요.
또 한쪽에서는 컵라면의 뜨끈한 국물에 아침 추위를 달래기도 하구요.
농군에게는 많은 배려심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의 농법은 옛어른들처럼 품앗이하며 이웃사촌들과 함께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이웃에는 품앗이에 오셔줄 농군이 없습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령사회의 농촌이기 때문입니다.
그 빈자리는 이제 크고 작은 장비들과 함께 하구요.
꼭 사람의 손이 필요한 솎음이라든지 수확기에는 전문인력들을 스카웃해 옵니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전문인력들마져 고령화로 하늘아버지의 부르심을 받자와 가셔버리는 바람에
그 수가 급격히 줄고
명품이라는 물건을 생산하는 장인들만 후계자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농장의 전문인력들 또한 후계자가 없습니다.
결국에는
다국적문화인 인력들을 모셔다가 그 기술을 가르쳐 보지만
먹고사는 식재료가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우리문화의 식재료를 가꾸는 일을 가르치기란
고시공부보다도 어렵습니다.
고시공부 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에이, 그깟 푸정거리쯤이야" 하실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게 말하시는 고시생이 있으시다면 한방 날려버릴 것입니다.
농장의 노동인력도 공산품처럼
고추를 잘 따는 사람은 1년 내내 고추만 딴다면 무에 어렵겠습니까?!
배추를 잘 심는 사람에게 1년 내내 배추만 심게한다면 얼마나 좋을 것입니까?! 
그런데요.
고추 농사 한가지의 예만 들어보아도
씨 선별하여 포토에 흙 담고 씨 넣고 흙 덮고,
물주며 온도 맞추고 때 되면 밭갈고 비닐 쒸워서 이종하러가고
좀 새잎이돋고 가지가 뻗으면 대롱 만들어 지주 세우고
끈 가져다가 안넘어지게 포기마다 묶고.......
풋고추가 붉어져 따고 말리고.......
어휴 어휴 어허유우~! 쩝쩝
그러니 인력들께서는 농군이 부르는 대로
씨 넣으러 갔다가, 흙 덮으러 갔다가,  이종하러 갔다가, 대롱 세우러 갔다가.......
어휴~! 
오늘 고추모 이종하러 갔다면
내일도 고추모를 이종하면 똑소리나게 잘 할 수 있을텐데 
배추밭에서 오라한다고 배추모라도 심을라치면 
어제 고추모 심은 기술은 필요없고 배추모 심기는 또 왜 그렇게 다른지요.
우리가 먹고사는 농산물이 수 만가지인데
그 일구는 방법 또한 그 생김만큼이나 다 다르니
우리 백성 안에서 후계자가 없는 판에 
남의 백성에게 날이면 날마다
그렇게 다른 품종만큼 다른 내용의 일들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농군들도 고생이요.
일꾼들도 고생이제요.
그러니 인력비도 많이 줘야하고,
대우도 잘해 줘야하고,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도 잘 불러줘야 하고........
 
 
 
 
 
 
 
 
 
 
누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요?!
커피도 마시고,
라면도 먹고,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도 듣고,
뜨듯헌 모닥물에 몸도 녹으니
장정들은 어느새 덮개를 걷고 있습니다.
산골에서는
다음 날 아침에 작업할 농작물을 전날에 덥개로 덮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도 얼어서
아침이면 불을 지피고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그런데요.
짙은 안개 속에서 장정들이 덥개를 겉어내는 광경도 장관이네요.
성경말씀에서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모습이 저러할까? 라고
순간의 묵상을 하게 되지요.
저는 하느님을 믿고 그리스도교 성경을 믿는 사람이니까요. 헤헤
 
 
 
 
 
 
 
 
 
살얼음에서 막 깨어난 녹색채소들은
뜨거운 물에 데처진 채소랑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화상을 입을 때 뜨거운 것에 화상을 입기도 하지만
냉동화상이라고 해서 차가운 것에서도 화상을 입거든요.
그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 되었으니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이런 날에는 하나라도 더 작업을 해야만
차에 서운하지 않을만큼의 짐을 실을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한답니까?!
곱아오는 손가락의 냉기를..........
그런데요. 사람의 심성이 참 소박하답니다.
누군가 사람이나 짐승이 자기밭에 저렇게 서리를 뿌려 두었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 사람이나 짐승이 비를 뿌려서 농작물이 망가졌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요.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구요.
하늘하고 동업을하여 땅을 일구는 사람들은
그 동업자인 하늘 앞에서는 소박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불평해봐야 소용도 없으니 불평하지 않습니다.
탓해 보아야 알아주지도 않으시니 탓도 못합니다.
농군은 그렇게 소박하게 순응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알아야
화병도 나지 않습니다.
농군은 그렇게 기다림을 먼저 알아야
여러사람들과 함께 벌어먹고 사는 나눔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알게 됩니다.
농군은 참으로 많은 것을 깨우처 알아서 살아내야 합니다.
하늘과 동업을 하고
인력이라는 민심을 필요로 해서
먹거리라는 생명을 가꾸고 키워야 하니까요.
 
 
 
 
 
 
 
 
 
 
안개 속을 비집고 오신 아침 햇살께서 미소를 지으시네요.
얼은 서리께서 잠에서 깨어 이슬옷으로 갈아입고 인사를 하시네요.
<어머 상쾌한 아침입니다. 햇님!
  제가 늦잠을 자는동안에 부지런하신 햇님께서는 벌써 중천에 당도하셨네요?!>
<아 네! 추운 겨울에는 서둘러야 서쪽나라에 당도 할 수 있거든요.>
서리오신 날에는 햇님께서도 노고가 크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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