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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자리" - 11.2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5 조회수468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1.25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다니5,1-6.13-14.16-17.23-28 루카21,12ㄴ-19

                                                                
 
 
 
 
 
"제자리"
 
 


누구나 그 고유의 제자리가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제자리를 찾는 사람입니다.
 
제자리를 찾아 뿌리내려야 비로소 안정과 평화요 참 나의 실현입니다.
 
집을 떠나 피정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까닭도 제자리의 확인에 있습니다.
 
제자리의 집을 떠나봐야
비로소 제자리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리에서 살면서도
제자리를 잊어
제자리 중심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늘 제자리에 자리 잡은 산들이기에,
늘 제자리에 뿌리 내린 나무들이기에
늘 봐도 좋고 주변에 안정과 평화를 줍니다.
 
과연 제자리에 뿌리 내리며 보람차게 사는 이들 얼마나 될까요?
제 집을, 제 방을 지니고 싶은 욕구,
그대로 제자리를 지니고 싶은 욕구의 표현입니다.
 
한 번 잡은 제자리를 옮기는 것은 얼마나 힘든지요.
 
강의실이든 식당이든 사람들은 한 번 정해진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러니 이웃 사랑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타인의 제자리를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눈에 보이는 제자리가 상징하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입니다.
 
 
보이는 제자리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는 더 중요합니다.
 
바로 이게 베네딕도 수도회 첫째 정주서원의 심오한 의미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뿌리 내려야
제 본래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안정과 평화요 기쁨입니다.
 
저절로 내적성장과 내적성숙도 뒤따릅니다.

언젠가의 묵상도 생생합니다.
 
미사 때 제대 위에 찬란히 빛나는 금칠한 성작도
제대의 제자리를 떠나면 전혀 무가치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빛 빛나는 성작으로 밥을 담아 먹겠습니까?
국을, 혹은 다른 반찬을 담아 먹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거룩한 성소에 불리었던 이들이
성소의 제자리를 떠날 때도 이와 흡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의 성소를 깊이 성찰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사물은 물론이고 사람은 누구나 제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보이는 제자리보다 더 중요한 게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입니다.
 
 
제1독서의 다니엘과 복음의 예수님이 그 모범입니다.
 
다니엘을 보십시오.
 
이국땅에서 유배지에서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깊이 뿌리내렸기에 혁혁한 업적을 세웁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 이어
그의 아들 벨사차르 임금 치하에서도
그의 총애를 받아
마침내 촛대 앞 왕궁 석고 벽에 써진 글의 뜻을 풀이합니다.
 
뜻풀이에 앞서 벨사차르 임금이 답례하겠다는 것을 겸손히 사양하는 다니엘,
과연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확고히 뿌리내린 분임을 깨닫습니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 내리십시오.”
바로 이런 무욕과 겸손이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뿌리 내렸다는 확실한 징표입니다.
 
벨사차르 임금은 제자리에 충실하지 않고
많은 죄를 지었기에 뜻풀이를 통해 불행이 예고됩니다.
 
‘므네 므네 트켈 파르신’ 이란 글의 뜻풀이가 재미있습니다.
 
  "므네는 하느님께서 임금님 나라의 날수를 헤아리시어,
   이 나라를 끝내셨다는 뜻입니다.
   트켈은 임금님을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뜻입니다.
   파르신은 임금님의 나라가 둘로 갈라져서,
   메디아인들과 페르시아인들에게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트켈의 뜻이 심오합니다.
 
벨사차르 임금은 제자리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무게가 모자라 스스로 자초한 화입니다.
 
사실 그대로 바빌론 임금 벨사차르는 그날 밤 살해되었습니다(다니5,30).
 
 
과연 나를 하느님 저울에 달아보면 무게가 모자라지는 않겠는지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깊이 뿌리내린 분이십니다.
 
하여 제자들 모두에게도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촉구하십니다.
 
박해가 바로 주님을 증언할 기회이나
두려움에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하십니다.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시겠다고
확약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제자들이 주님 이름 때문에 모두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지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니,
인내로서 생명을 얻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확신을 지닐 수 있는 길은,
끝까지 인내로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길은,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깊이 뿌리내리는 길뿐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깊이 뿌리 내려야
담대한 용기에 지혜로운 언변이요,
그 누구도 이런 이들을 손대지 못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에 깊이 믿음의 뿌리내리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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