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에 어린이들을 위한 ‘말씀씨앗 잔치’행사를 준비했다. 2천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참석해 성경 말씀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큰 행사였다. 성경경시대회를 준비했고, 성경암송대회 예선을 거쳐 결선을 치르고, 성경 말씀과 함께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런데 문제는 날씨였다. 모든 준비를 다 갖추고 이제 어린이들만 맞이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하루 전날, 태풍과 함께 장대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각 본당에서는 행사가 취소되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수녀님들과 직원들은 내 입만 쳐다보고 있을 때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한 행사에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겁니다.”라고 큰 소리 치고는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행사가 진행될 장소에 도착하니 다행히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멀리서나마 맑은 하늘이 보이는 것 같아 희망을 가지고 100여 명의 봉사자와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를 시작하며 나는 이렇게 기도를 청했다. “하느님, 오늘 당신께서 너무나 사랑하시는 어린이들이 당신 말씀과 함께 하려고 이 자리에 모입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께 먼저 r마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 맑은 날씨를 주심에.....” 미사를 마치고 나니 봉사자들이 “신부님, 얼마나 걱정이 되시면 미리 감사를 드리세요.”라고 조금은 놀리듯 이야기하기에 “아닙니다.
나는 정말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기에 그렇게 기도하자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으시다. 그래서 우리가 기도를 하고 청을 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에는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신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강헌철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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