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2.6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
바룩5,1-9 필리1,4-6.8-11 루카3,1-6
"주님의 길을 마련하십시오."
많은 사람이 앞날에 대해 두려워하고 불안해합니다.
하여 날로 출산율도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앞을 보나 좌우사방을 보나 희망적인 표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갈수록 어둡고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바로 이게 광야입니다.
세상 광야, 인생 광야입니다.
옛 구도자들 하느님을 찾아 광야에 갔듯이
바로 이 삶의 광야에서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요즘 초겨울 수도원의 주변의 분위기는 그대로 광야를 연상케 합니다.
하늘과 땅, 겨울의 나목들이 참 단순 투명해 보이는 광야입니다.
밤의 어둠을 밝히며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
그대로 어둔 광야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상징합니다.
이런 태양 같은 주님께 희망을 두고,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고 찾으며 살아갈 때 비로소 희망찬 인생이 됩니다.
과연 여러분은 누구를 기다립니까?
과연 여러분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또 무엇을 찾습니까?
주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주님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풍요로운 삶을 삽니다.
이래야 길 잃어 허무와 절망의 어둠속에 방황하지 않습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광야의 대림시기입니다.
바로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을 압축하는 대림시기입니다.
광야인생 희망차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광야에서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하느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는 즈카리야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을 때
요한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말씀이 요한을 완전한 회개로 이끌었고 주님의 용사로 만들었습니다.
요한은 즉시 주님의 말씀에 응답하여 모든 지방을 다니며,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합니다.
주님을 찾는 이에게 주님의 말씀이 내립니다.
주님의 말씀은 그대로 주님의 현존입니다.
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일 때
영혼도 살아나고 희망, 믿음, 사랑도 살아납니다.
말씀을 즐겨 찾아 먹지 않으면 영혼도 죽고 내적 힘도 잃습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빛이며 생명입니다.
광야 세상,
외롭고 쓸쓸해하지 말고
즉시 하느님을 찾아 그분의 말씀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밖의 외딴 광야를 찾아 나설게 아니라
지금 여기의 광야에서 깨어 하느님을 말씀을 읽고 듣는 것입니다.
하루 중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구체적으로 고독과 침묵의 광야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지혜입니다.
광야의 만나인 말씀을 먹어야
어둡고 험한 광야 세상 몸과 마음 다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광야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생명의 오아시스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셔서 말씀과 성체로 충만케 하십니다.
바룩 예언자의 말씀처럼,
주님은 슬픔과 재앙의 옷을 벗겨 주시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영광의 아름다움을 입혀 주십니다.
둘째, 광야에 주님의 길을 마련하십시오.
주님의 살아있는 말씀이
우리에게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부단히 회개로 이끕니다.
막연한 기다림으로가 아닌
적극적 회개의 실천을 통해 마련되는 주님의 길입니다.
우리가 마련하는 길을 통해 오시는 주님이시요,
이 길을 통해 주님을 마중 나가는 우리들입니다.
수도자만 주님의 길을 닦는 게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 또한 주님의 길을 닦는 수도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생 주님의 길을 닦는 우리들이지만
특히 이 은총의 대림시기, 집중적으로 주님을 위해
인생광야에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때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는 정도 주님의 길을 닦았습니까?
아무도 내 대신 주님의 길을 닦아 줄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 각기 다른 자기 고유의 주님의 길입니다.
눈에 보이는 길이 아니라 회개를 통한 내적 길이요 마음의 길입니다.
내외적 분열로 이한 골짜기는 화해로 메워지게 하고,
산과 언덕의 교만은 겸손으로 낮아지게 하며
굽은 부정적인 마음은 긍정적인 곧은 마음으로 바꾸고,
거친 길의 마음은 온유와 겸손의 평탄한 길로 바꾸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구체적 회개의 열매요
마음의 길, 주님의 길을 잘 닦는 방법입니다.
혼자 닦는 주님의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닦는 주님의 길을 향해 주님 역시 길을 닦으며 오십니다.
우리를 향해 오시는 주님을 향해
주님의 길을 닦으며 마중 나가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데 항구하십시오.
우리의 모든 수행이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방편입니다.
주님께서도 우리를 도와주시어
우리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하시며,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성탄을 맞이하게 합니다.
셋째, 주님의 구원을 보십시오.
성탄이 아닌
지금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의 구원을 보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것이 바로 주님의 구원을 보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팔에 안고 감격에 넘쳐 고백하는
시메온의 기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주님 제 눈이 당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보라고 있는 눈입니다.
눈 만 열리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구원입니다.
주님의 길을 닦는 수행에 항구할 때
마음은 깨끗해지고 깨끗한 마음의 눈에 보이는 구원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음이 깨끗하지 않아,
주님의 길을 잘 마련하지 못해 마음의 눈이 가려져 보지 못하는 주님이십니다.
미사 시 감사송을 끝내며 거룩하시도다 중
‘온 누리의 하느님, 하늘과 땅에 가득한 그 영광’이라 노래하지 않습니까?
관상의 절정이 지복직관 하느님의 얼굴을 뵙는 것입니다.
눈만 열리면 어디에나 가득한 하느님의 영광이요 하느님의 얼굴입니다.
오늘 날씨 춥지만 얼마나 아름답고 투명합니까?
바로 이런 자연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진선미로 가슴을,
또 이 아름다운 미사 전례 중에 살아계신 주님을 마라보며
주님의 신망애 삼덕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지금 여기서의 복된 구원의 체험입니다.
미사 중 말씀 전례는 마음의 귀를 열어 살아계신 주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고, 성찬전례는 마음의 눈을 열어 현존하시는 주님을 보는 시간입니다.
밤의 어둠을 밝히며 떠올라 우리를 찾아오는 태양처럼,
끊임없이 광야여정 중의 우리를 찾아오시는 태양 같은 주님이십니다.
광야의 고독과 침묵 중에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생명과 빛의 말씀을 모셔야 광야인생 행복하게 희망차게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의 길을 마련하십시오.
오시는 주님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체적으로 주님의 길을 닦으며
주님을 마중 나가십시오.
깨어 부지런히 적극적인 회개의 실천으로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대신 마련해 줄 수 없는 내가 마련해야 할 내 주님의 길입니다.
주님의 구원을 보십시오.
간절히 주님을 찾고 기다리며 기도할 때,
또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수행에 충실할 때
마음의 눈 활짝 열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님의 얼굴이요 주님의 구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서 나오는 자비와 의로움으로,
당신 영광의 빛 속에서 우리를 즐거이 이끌어 주십니다.
바로 대림시기, 우리에게 주어진 복된 과제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길을 닦아
온 우리 모두에게 당신 구원을 앞당겨 보여주시고
생명과 사랑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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