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전반에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걸림돌이 된 것이 인간의 ‘완고함’ 이었다. 말 그대로 하느님의 거룩한 뜻 앞에서 그들은 자주 융통성 없이 지독한 고집을 부렸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수없이 그들을 어르고 달래셨음에도 이스라엘은 완고함 때문에 자신들을 구원하여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고자 하신 하느님의 큰 사랑을 끝내 저버리고 말았다.
가끔 문구점이나 장난감 가게에 가면 부모와 초등학생 자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모는 가격 · 안전성 · 형제 사이의 갈등 등 이것저것 모두 따져보고 아이에게 구입의견을 제시하지만, 아이는 첫눈에 반해 마음에 새긴 장난감이나 문구를 보고 절대로 양보하지 않고 떼를 부린다. 가능한 한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더 좋고 유익한 것을 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서로의 뜻이 받아들여지지만, 때때로 부모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치고 아이는 울어버리는 것으로 서로 그 무엇도 얻지 못한 채 아쉬움과 아픔만 남기는 때도 있다.
완고함 때문에 일어나는 그런 모습은 가정뿐 아니라 구역반 공동체에서도, 본당에서도 모양은 다르지만 실체는 같다. 이기적 마음과 좋지 못한 선입관 때문에 생긴 완고함으로 자신의 의도와 성향에 맞지 않으면 즉시 서로를 배척하고 무관심하게 돌아서는 모습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세상 속에 있는 가정과 교회, 그리고 자신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가 구원자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면서 사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느 순간 우리 공동체와 내게 생긴 완고함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일이 아닐까 ?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매곡성안토니오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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