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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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들은 시치미를 떼었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4 조회수452 추천수3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성전에 가서 가르치고 계실 때,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우리에게 말할 것이오. 그렇다고 ‘사람에게서 왔다.’ 하자니 군중이 두렵소. 그들이 모두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니 말이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
마태오 21:23-27)

성경의 여러 군데에 예수님께 말로 올가미를 씌우는 장면이 나온다.(마태오 22:15, 마르코 12:13, 루카 20:20, 26) 주님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 것이다.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건 사람은 바리사이나 율법학자였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재치 있게 잘 받아넘기셨다. 나는 이 대목을 볼 때마다 예수님의 신성(神性)을 생각한다. 인간의 머리로 예수님의 생각을 어떻게 읽을 수 있으며 예수님의 말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5세기의 익명의 작가가 쓴 『The Incomplete Work on Matthew』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 사제들과 원로들이 간단한 질문으로 주님께 올가미를 씌웠습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분간할 수 없으므로 주님께서 직설적으로 답변을 하셨더라도 그들에게 아무 소용도 없었을 것입니다.평신도가 악에 빠지면 쉽게 헤어날 수 있지만 성직자가 악에 빠지면 거의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모세의 자리가 사제를 만들지 않고 사제가 자리를 만듭니다.
자리는 사람을 신성하게 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자리를 신성하게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제가 거룩하지는 않지만 거룩한 사람은 누구나 영적인 사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주님께 올가미를 씌웠지만 주님께서는 그들의 됨됨이를 익히 알고 계셨으므로 한 번도 말려들지 않으셨다. 푸아티에의 성 힐라리우스(St. Hilary of Poitiers, 315?-367)가 이에 대하여 말했다. “그들은 주님을 속여 넘기려고 꼼수를 썼지만 그들은 자신에 대한 참모습을 드러낸 데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기꾼도 진리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리를 사기꾼답게 표현한다. 정치가들도 반대 편에 먼저 올가미를 씌우면 반대편에서는 올가미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보통 정치가들은 진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편이 난처해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반대편에 올가미를 씌운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도 예수님을 국외자(局外者)로 보고 대중인기 영합주의자로 보았기 때문에 예수님을 만날 때마다 경멸하였지만 몹시 두려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님께서는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었지만 그들은 그들의 지위 때문에 군중들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어둠이었기 때문에 빛을 두려워한 것이다.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이다.
 
1915년 5월에 독일의 잠수함은 미국의 여객선 루시타니아(Lusitania)호가 무기를 운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침몰시켜버리자 미국의 관리들은 이를 부정했지만 이 사건으로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훗날 그 관리들이 그 배가 무기를 운반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시치미를 떼었다.
이를 두고 한 여자가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진리를 안전거리에 두고 있을 뿐입니다.”
찰스 고든(Charles Gordon)이 명언을 남겼다.
진리를 말하면 자신을 지원하는 무한한 힘을 갖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게 불리한 무한한 힘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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