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16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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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12-16 | 조회수1,199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12월 16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루카 7,18ㄴ-23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저는 굳게 믿습니다.>
중환자실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볼 일을 다 마치고 대기실에 잠시 머물 때였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한 부부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어린이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듯 했습니다.
숨 가쁜 목소리로 담당 간호사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전화 받고 부랴부랴 달려오는 길입니다. 아이 증세가 어떤가요? 의식은 있습니까? 의자에서 넘어졌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난처한 얼굴로 잠시 머뭇거리던 간호사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려서 상황이 안 좋습니다. 머리에 받은 충격으로 인해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뛰어왔지만 ‘역시나’ 하는 상황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두 분의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졌습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잃으신 듯 했습니다.
“혹시, 아이 얼굴이라도 좀 볼 수 없을까요?”
“죄송합니다. 여기는 환자들이 절대안정을 취해야하는 집중치료실이기 때문에 아침저녁 정해진 시간에만 면회가 가능합니다. 이미 가족들이 다녀가셨습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십시오.”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러니 잠시 얼굴 한번만 보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간절한 바람에 담당 간호사 선생님도 어쩔 수 없었던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리십시오. 윗분에게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옆에서 오가는 말을 듣고 있던 제 마음도 찢어질 듯 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두 분의 괴로운 심정이 고스란히 제게 전해왔습니다. 그 어린 것,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아이가 그냥 의자에서 넘어졌다 뿐인데, 이제 의식이 없이 누워있다니...아이를 위해 내가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니...얼굴 한번 보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다니...
중환자를 모시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안타까움, 답답함, 지루함, 하루하루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 손에 잡힐 듯 했습니다.
간절히 기도해보지만, 백방으로 노력해보지만, 좋다는 것은 다 해보지만 전혀 효과가 없을 때의 그 괴로운 마음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누가 지나가는 말로 어디 가면 용하다, 이렇게 해보니 좋더라는 하찮은 말에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귀가 솔깃해지지요. 최선을 다 해보지만 다 허사로 돌아가고 나날이 조금씩 희망을 접어야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절한 아픔입니다.
아직 너무도 어린 그 아이가 자비로운 주님의 은총으로 빨리 깨어나길 간절히 기도하며 돌아왔습니다.
예수님 시대, 요즘으로 치면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질병에도 특효약이나 치료제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야 했습니다. 수많은 환자들이 치유의 희망 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하루하루 견뎌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 제자들을 보내어 질문합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예수님께서는 온 몸으로 대답하십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하십니다. 온갖 질병과 고통과 마귀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고쳐주시고 나서 요한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오늘 다시 한 번 새롭게 우리들의 신앙을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정녕 그분은 메시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이 어둡고 비참한 상황에서 반드시 건져내셔서 꿈결 같은 광명에로 이끌어주실 분이심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소경이 보게 되고).
그분은 휘청휘청 갈지(之)자로 걸어가는 우리에게 힘을 주셔서 제 갈 길을 걷게 하실 분, 우리를 이 오랜 죄의 사슬에서 풀어주시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우리에게 달아주실 분이심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그분은 죄로 점철된 우리의 일상과 오염된 우리의 영혼을 말끔히 씻어주셔서 다시 한 번 새 삶에로의 희망과 새 인생을 선물로 안겨주실 은총의 주님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나병환자가 깨끗해지고).
그분은 우리의 이 오랜 고통과 그로 인한 신음, 눈물과 한숨을 거두어가시고 우리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실 구원의 주님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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