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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8일 야곱의 우물- 마태1, 18-24 묵상/ 비움과 채움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8 조회수574 추천수2 반대(0) 신고
비움과 채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는 뜻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오늘 복음에서 복음 삼덕인 ‘가난 · 정결 · 순명’ 을 통해 비움과 채움이라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걷는 이들을 본다. 세 가지 모두가 자신을 비우는 일이지만, 그때 비로소 사람은 하느님의 뜻과 능력을 자신 안에 온전히 채울 수 있음을 배운다.
 
‘가난’ 은 내일을 기약하지 않고 오늘을 오로지 하느님께 의탁하는 간절함으로 사는 것이다. 사람은 잠시 후와 내일 있을 일 때문에 이 순간을 온전히 살지 못한다. ‘정결’ 은 어린이의 마음, 하나의 지향으로 사는 것이다. 사람은 자주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으로 인해 삶이 분주해지고 마음이 갈라져 선물로 주어진 오늘 나의 좋은 몫을 잊고 산다. ‘순명’ 은 나의 것에만 얽매이거나 잠겨 있지 않고 더 큰 삶으로 나아가 더 높은 것을 품고 살 수 있게 하는 결단이다.

오늘 복음의 요셉과 마리아의 삶을 묵상하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세상의 날카로운 시선과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며 두려움과 불안을 날마다 체험하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날카로운 시선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로 두려움과 불안에 잠겨 있거나 떨고만 있지 않았다. 당당히 그것들 앞에 서서 나약한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크신 뜻과 능력(성령)으로 채우고 있음을 본다. 그 비움과 채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그들은 예수님을 성령의 능력으로 잉태하여 낳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지금 내 현실에 태어나실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불가능과 나약함이 많은 ‘나’ 의 존재지만, 하느님의 크신 뜻과 능력 앞에서 가난과 정결과 순명의 모습으로 비워질 때 비로소 하느님과 그분의 전능함이 내 안에서 태어날 수 있다.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매곡성안토니오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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