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기 예수님, 추위보다 굶주림이 더 무서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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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연 | 작성일2009-12-23 | 조회수431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
<아기 예수님, 추위보다 굶주림이 더 무서워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초등학생 명진(가명·11)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도 밥을 먹을 수 없다.
엄마가 대리 운전으로 벌어오는 돈으로는 생활비도 빠듯하다. 아빠는 몇 년째 알코올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난에 시달리지만, 명진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 지원 대상자가 아니다. 아버지 명의로 되어있는 허름한 빌라의 반지하 집이 '화근'이다. 웬만한 집 전세 값도 안 되는 이 빌라 탓에, 명진은 '서류 상' 결식 아동이 아니다. 다행히 그는 지역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학기 중엔 석식, 방학 중엔 중식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서류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빈곤 아동은 겨울이 무섭다. 그들은 방학이 두렵다. 복지의 사각지대, 방학이 두려운 아이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끼니 문제다.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무료 급식 대상자가 아닌 아이들은 담임 교사가 급식비 지원 '사실 확인서'를 써줘야, 방학 중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2009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계층·한부모 가족 등 무료 급식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도, 담임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급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당장 이번 겨울 방학부터 굶게 생겼다. 지난 11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내려온 방학 중 무료 급식 신청자 선정 지침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정 지침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계층 자녀 이외에도 가족 수에 따른 국민건강보험료 납부 기준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차상위 계층 아동은 읍·면·동에서 확인서를 받아야 점심을 지원할 수 있다. 조사서 양식 또한 바뀌었다. 여름 방학에 앞서 지난 5월 작성한 '급식 지원 아동 조사서' 양식을 보면, 학생의 이름과 담임 교사와의 상담 내용을 적고, 급식 지원 방법을 선택하면 그만이었다. 담임 교사의 상담 결과에 따라 결식이 우려된다고 판단되면 무료 급식 대상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11월 조사서에는 조사 항목도 늘어났고, '관련 서류 확인 여부' 란까지 생겼다. 국민건강보험료 본인 부담금, 가구원 수, 차상위 복지 사업 대상 여부 등을 적어야 한다. 무료 급식을 신청하는 데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료 급식을 신청하는 아동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구로푸른학교'를 운영하는 송은주 교사는 "신청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 아이들이 수치심을 느껴 신청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교사는 "문제는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라며 "방학 중 중식 지원을 받는 아이들 중엔 맞벌이나 부모의 관심 부족으로 방치된 아이들이 대다수인데, 부모 도움없이 이 아이들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그동안 불명확했던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기존의 선정 기준이 불명확해 누락자나 부정 수급자가 다수 발생했다"며 "불명확했던 기준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부담 역시 커져, 국민건강보험료 납부 기준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선정 지침이 강화된 배경에는 정부의 결식 아동 급식 예산안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도 결식 아동 급식 예산이 대폭 삭감됨에 따라, 삭감된 예산에 맞춰 선정 기준 역시 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당장 정부의 2010년도 예산안 중에서 방학 중 결식 아동 급식 지원 예산 541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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