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런 해맑은 눈을 어떻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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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근호 | 작성일2009-12-23 | 조회수348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날씨가 영하 10도 이하로 3일째 계속 이어지니 우리의 본거지 '사랑의 집'의 수도계량기가 얼어버렸다. 이곳 쪽방촌은 대부분이 연탄 보일러 아니면 그냥 연탄을 피우므로 가스의 공포때문에 방문을 조금씩 열어두고 있어 그 표정이 추워보인다. 그래도 우리 '사랑의 집'은 전기장판이라 스위치만 올리면 금방 방이 따뜻해지며 온기가 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니 골목에서 노숙하는 분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쪽 구석에서 거의 꺼져가는 모닥불 옆에서 어떤 노숙인 한사람이 웅크리고 손을 호호불며 불을 쬐고 있다. 너무나 초라하고 불쌍하고 슬픈 모습이다. 따뜻한 쌍화차와 쵸코파이를 드리니 고맙다고 하며 '할렐루야'한다. 이곳에서 노숙인들은 모두 다 '그리스도인'같다. 왜냐하면 여러 단체에서 온 물픔들이 천주교의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그리고 개신교인 '광야교회'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나누어 주다보니 '유사그리스도인'돼서 툭하면 '할렐루야'를, 어떤때는 성호긋는 시늉을 하며 친근함을 나타낸다. 주일마다 봉사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늘 오늘은 무슨 일이 어떻게 다가와 어떤 가르침을 줄까하고 기대가 되곤한다. 대합실에 올라와 보니 노숙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인근의 보호소로 겨울을 나기위해 보금자리를 옮겼나보다. 겨울철이 되면 근처의 여러 종교단체 쉼터에서 노숙인들을 2월까지 다량 받아들인다. 이곳에 남아 있는 노숙인들 일부는 쉼터의 단체의 규칙 생활이 싫어 아직 추위를 버티고 있는 분이 있고, 그나마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어 그냥 버림 받은 불상한 노숙인들이 혼재하여 있다. 지난 주에 노숙인 한분이 봉사하는 나를 집요하게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모습을 지켜본 신부지원학생 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아주 겁먹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다음 봉사 올때는 묵주 기도 20단을 밑 기도로 꼭하고 오라고 부탁하였을 정도다. 그렇게 지난 주는 공포의 날이었으나 오늘은 화상이 몹시 심한 어느 한 분이 술은 취한 상태에서 커피 한잔을 달라고 한다. 얼굴이 몹시 훼손된 상태이고 양 귀는 불에 녹아 다 타버려 귓구멍만이 남아 있는 형태이다. 다섯 손가락은 관절 마디가 군데 군데 끓어져 있어 양손이 모두 온전한 것은 없다. 자기는 양쪽 귀가 없는 병신이라고 하길래 내가 그래도 그 험한 곳에서 생명만은 구해잖소?! 하며 위로를 하였다. 그 친구 한 번 씻웃는다. 마치 긍정의 표시같이. 그런데 그분의 특징은 눈이 너무 맑아 마치 어린아이의 눈같이 보였다. 비록 술은 취하였지만 생사를 초월한 어느 한계를 넘은 사람의 눈같이 너무 맑고 빛이 있었다. 지금도 이글을 쓰면서 그분의 해맑은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진리가 자유롭게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이 화상을 입은 분을 만나서 확인하는 것 같다. 생각과 소유가 자유로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분이 한 말 가운데 자기가 노숙인으로 이곳 역사대합실에 누어 자고 있을 때 자기를 깨워 차와 쵸코파이를 주는 나를 기억한다고 하며 그때 혼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지금은 자기는 노숙인 이 아니라고 집이 있다고 하며 지갑에 있는 6만원을 그때를 기억하며 준다고 해서 내가 이 돈으로 다음 노숙인을 위해 쓰겠다고 하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받았다. 비록 자기는 신앙인이 아니지만 꾸준하게 봉사하는 것을 보아 왔다며 악수를 청한다. 제대로 가추어진 손구락은 없지만 그래도 두손으로 꼭 잡고 있으니 사랑이 전달되는 것 같다. 그 누가 이렇게 사랑을 담아서 따뜻하게 자기 손을 잡아 주는가? 잔잔한 감동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자선을 한다는 것이 꼭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정성이 주님의 사랑으로 녹아들고 싹이 돋아 나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 중에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이 큰 일도 한다"는 것을 다시금 기억하며 남이 보지 않는 곳을 찾아 나서는 이름없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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