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가셔도 괜찮아요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 (마태 19,16-26 ; 루카 18,18-27)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 너는 계명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 는 안 된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가 예수님께 “스승님, 그런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 보시며 이르셨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10,17-22).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나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내게도 꼭 필요하지만 그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면 내가 갖기를 포기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고, 참다운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예수님은 언제나 내가 가장 포기하기 힘든 바로 그것을 요구하실 때가 있습니다.
아마 부자 청년에게는 그것이 '돈' 이었던가 봅니다.
살인하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부모를 공경하라는 등의 여러 계명은 모두 착실히 지켰던 청년,
그런 그가 포기하기 어려웠던 것은 재산이었는데,
예수님은 그를 유심히 보시고 바로 그것을 내놓으라고 하십니다.
제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제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다른건 다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요것만 빼구요." 라고 단서를 달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저를 유심히 보시며
"그래, 네가 내 계명을 지키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 그런데 네가 포기하지 못하는 바로 그것을
내게 주지 않겠니?" 라고 말을 걸어오신다면, "좋아요, 가져가셔도 괜찮아요." 하고 포기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거리에 앉아 있는 걸인이 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누가 무엇을 던져 주든지, 누가 무엇을 가져가든지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은 사람.
저는 하느님 앞에 그렇게 빈 손, 빈 마음으로 앉아 있는 걸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마르코복음 단상「아침을 여는 3분 피정」박병규 신부 지음 / 생활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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