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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31일 야곱의 우물- 요한1,1-18 묵상/ 참만남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31 조회수425 추천수4 반대(0) 신고
참만남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주셨다.
 
 
 
 
◆2009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몇십 년을 해마다 맞이한 마지막 날인데 어째서 이 날이 돌아올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성탄대축일의 복음과 같다. 주님의 성탄은 새 생명의 시작이고 구원 역사의 출발점이 되는 선물이 아니던가. 그것은 분명 희망이다. 한 해를 보내며 후회 속에서 가슴만 치거나 아쉬워하기보다는 새 새명이 태어나는 환희처럼 그렇게 2010년을 맞이하고 싶은 용기가 생기는 듯하다.

내가 일하는 센터를 중심으로 우리는 ‘건강한 가족공동체 프로그램(이하 건가공)’ 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많은 본당에서도 건가공 교육이수 후에 가족 모임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가공은 ‘가족 살리기 운동’ 이라 부르고 싶다. 기존의 많은 부모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는 것은 자녀들에 대한 이해와 함께, 아니 그보다 부모 자신의 이해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때로 부모들은 자신들의 정서나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온통 자녀들의 행동에만 초점과 관심을 두기도 한다.
그 시선을 느끼는 자녀들은 부자유스러운 감정을 갖게 되고 부모 앞에서는 옴짝달싹 못하는 묘한 긴장과 부정적인 소속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건가공에서는 인간의 이해를 깊이 다룸과 동시에 부모와 자녀의 이원화된 관계가 아닌 가족을 한 단위로 보고 함께 성장하고 자유롭게 가족 안에 소속되기를 지향한다.

그래서 건가공의 마지막 장에서는 ‘참만남’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그것은 가족이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가족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그대로 억압시키지 않고 표현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아픈 자리’ 가 있다. 어떤 부분은 꺼내놓기가 두렵고 싫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눌러두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의식할 수 있는데도 살짝 뒤편으로 숨겨두는 것도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내가 마음이 아픈지, 힘든지도 모를 정도로 교묘히 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경험한 마음의 상처는 외부 사람들이나 외부 세계에서 온 것보다는 가족과 주고받은 아픔이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참만남은 가족이 서로에게 받은 상처를 직접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를 주고받는 성숙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크고 작게 마음에 걸리는 가족에 대한 힘들었던 사건이나 일을 적어도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마음을 풀어놓고 함께 깨끗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맞이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것은 사랑의 공동체에서만 할 수 있으며 그 은총은 생각보다 훨씬 귀하게 체험할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 이고 부모와 자녀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기에 하느님 안에서 용기 내어 서로에게 주고받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가족 간에 진실한 대화의 장을 열어 새로운 새해를 더욱 사랑하면서 맞이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김혜림 수녀(샬트로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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