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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4일 주님 공현 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4 조회수910 추천수13 반대(0) 신고
 

1월 4일 주님 공현 후 월요일 - 마태오4,12-17.23-25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일주일간의 피정>


   일주일간의 연 피정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떠나면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송구스러웠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로 평신도들께서는 감히 엄두도 못내는 피정을 일주일씩이나 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황송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피정기간 동안은 더욱 열심히 피정에 참석하고 미약한 기도를 통해서나마 세상의 정화에 기여하는 순간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회개"란 화두를 하나씩 들고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동료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피정 기간 내내 왜 이렇게 "회개"가 잘 안 되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하느님을 향해서 돌아서고픈 생각으로 가득한데, 마음뿐입니다. 그 순간뿐입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하느님 체험 부족", "하느님과의 개별적인 만남 부족"이 그 원인인 듯 했습니다.


   "지나온 한해 언제 단 한번이라도 하느님을 생생하게 체험했었던가? 언제 그분의 현존을 생생하게 느꼈었던가? 언제 그분과 1대 1로 만난 적이 있었던가?" 돌아보니 부끄럽게도 없었습니다.


   결국 하느님 체험이란 하느님 자비에 대한 체험, 하느님 사랑에 대한 체험이겠습니다. 결국 참된 회개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는 일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분의 사랑을 깊이 느끼면 깊이 느낄수록, 그분의 자비 체험을 확실하게 하면 할수록 우리는 보다 확실히 회개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탕자의 비유"에서 둘째 아들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서 돼지 치는 농장에서 돼지들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둘째 아들은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고자 마음을 바꾸어 먹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둘째 아들이 아버지께로 돌아가고자 했던 1차적인 목표는 다분히 표면적인 것이었습니다.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굶어죽는 것은 시간문제이겠구나. 아버지 집에는 먹을 것이 좀 많았던가? 빨리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서 종으로라도 지내면서 우선 이 지긋지긋한 배고픔에서 벗어나자"며 아버지의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정확하게 구분하자면 이때 까지 작은 아들은 정확하게 회개의 순간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작은 아들의 회개가 시작되었습니까?


   집으로 돌아온 자신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제나 저제나 작은 아들이 돌아올까 봐 목을 쭉 빼고 기다리시다가 멀리서 작은 아들이 힘없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신 아버지가 맨발로 뛰어나오는 모습-자비의 모습을 보고 둘째 아들은 회개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참된 회개는 우리가 정확한 하느님의 모습, 자비 충만한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됩니다. 결국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심, 선하심으로 인해 우리는 회개를 시작합니다.


   진정한 회개는 우리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뉘우침이나 눈물도 요청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를 향한 극진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보았기에 너무나 기뻐서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이 은혜로운 주님 공현 시기,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 가득한 눈길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응시하시는 아버지의 눈길은 절대로 질책의 시선이나 원망의 시선이 아닙니다. 사랑의 시선이자 화해의 시선, 은총의 시선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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