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 새해 부터 최종수 신부의 사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그 만큼씩]이라는 꼭지를 통해
연재합니다. 최종수 신부는 전주교구 사제이며 진안부귀에서 공소사목을 도우며 농촌환경사목을 맡고
있습니다. 자급자족하는 생태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신자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지독한 갈증>과 시사수필집 <첫눈같은 당신>이 있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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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희망이 가득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만나생태마을에도 함박눈이 가득히 내렸습니다. 당신이 우리 생태마을을 위해 쏟아주신 사랑처럼 포근합니다. 산처럼 건강한 당신이 있어 저희도 산처럼 건강합니다.
두 달 반 동안 직영으로 지은 집. 초자인 농부에게 집짓기란 너무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첫 농사를 지어 담은 배추와 무김치와 동치미, 구운 김 두 장. 일식사찬의 식사를 합니다. 얼굴을 마주보고 식사할 수 있는 만나생태마을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요. 이 행복은 당신으로 인해 시작된 행복이기에 당신의 것입니다.
멀리 창으로 보이는 겹겹의 산들이 당신을 향한 그리움처럼 서 있습니다. 눈 속에 갇힌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골짜기처럼 깊어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눈 속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그리운 당신의 목소리처럼 도란도란 흐릅니다. 멀리 있어도 당신의 마음과 사랑을 느낍니다.
만나생태마을을 감싸고 있는 갈매봉 하늘은 높고 거룩합니다. 매일 잠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위해 큰절을 바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당신의 행복한 하루를 감사하며 큰절을 바칩니다. 하늘과 땅, 인간과 세상을 섬기는 큰절기도이기도 합니다.
산과 산이 어깨동무한 것처럼 멀리 있는 당신과 나는 산과 산입니다. 물처럼 낮은 곳에서 나무와 꽃들을 섬기고 싶은 마음은 당신을 향해서도 한결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노래가 당신이 나를 위해 부르는 사랑가처럼 들려옵니다. 뒷산의 참나무 한 그루, 계곡의 돌멩이 하나가 지구의 중심임을 문득 깨닫는 새벽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메주를 끓였습니다. 아궁이 불을 때고 틀에 메주를 만들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배웁니다. 허리가 아픈데도 마음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누리는 행복입니다. 가마솥에서 푹푹 김을 쏟아내는 구수한 메주콩의 향기를 함께 보냅니다.
우리가 푸른 별 지구에 태어나기까지 150억년의 까마득한 세월을 기다려온 우주. 새해 첫새벽, 농민회와 생태마을 식구들과 함께 해맞이를 갔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뒷산에 올랐습니다. ‘혼자 걷는 눈길일지라도 흐트러짐 없이 걸어야 한다. 그 발자국을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는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며 갈매봉을 향해 걸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처럼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 위로 붉은 해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심장처럼, 그 붉은 열정처럼 솟아올랐습니다.
당신의 기도로 환한 길, 당신의 비움으로 넉넉해지는 새해가 되시길, 눈을 뜨자마자 바치는 큰절의 몸기도로, 하루를 감사하는 큰절의 몸기도로 올립니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사람, 당신과 세상을 향해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사랑의 강물이 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지구와 아름다운 세상,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아름다운 생태마을을 열심히 만들어 갈 것입니다. 새해 첫새벽에 맞이한 그 붉은 희망과 열정으로, 당신과 함께…….
당신 멋저부러! 새해 건배 구호입니다.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살자! 그리고 종종
져주며
부지런히
러브하자, 사랑하자.
최종수 (신부, 전주교구, 농촌환경사목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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