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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지극히 창조적인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12 조회수743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지극히 창조적인
                                                        이순의
 
 
남녁이 고향인 입장에서는
곡창지대라는 자부심과
그 자부심만큼이나 다양하게 발전한
음식문화에서 저절로 손맛을 타고 난다.
너 나 할 것 없이
남녁이 고향인 사람들의 손맛은
전국 팔도 어디서나 인정되는!
설령
솜씨가 없는 사람조차도
그 맛을 보기 전에는
남녁출신이라는 선입견으로 가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골의 음식문화는
곡창이 아닌만큼
다양하지 못한 단순한 재료들을 동원한다.
풀은 나물이 되고
감자는 쌀을 대신하여
무수한 주식으로 발전하였던 것 같다.
지금은 전문 음식점이 아니면
그 번거로움에 맛보기 어려울 솜씨들이라지만
그 절박한 동토의 땅에서도
사람이 살아남기 위하여
가장 앞서 발전한 것이 있다면 음식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산으로 가면
씨를 심기 시작할 때는 내 손으로 밥을 지어 먹는다.
그러나 그 씨가 자라서 수확이 겹치면
씨 심는데 가랴
솎음하는데 가랴
뽑아서 작업하는데 가랴
내 손이 백 개 라도 모자랄 판이 되고
내 몸이 열 개 라도 모자랄 판이 된다.
그쯤 되면
밥만 전담해 주실 분을 모시게 되는데
지난 여름에는
산골에서 나서
산골에서 음식장사로 자녀들을 다 키워내신 분을
초빙해 모셨었다.
그러니 산골의 그 장대한 음식맛을
옛 그대로 맛 볼 수 있는 특은을 받았다.
얼마나 우리 한민족이 창조적 발상으로 생존해 왔는지
탄복할 따름이었다.
 
그 중에 매밀 옹심이 칼국수를 알려 드리고자 한다.
이 찬 겨울에 땀 뻘뻘 흐르며 그림으로라도 맛 보시기를!   
 
 
 
 
 
 
 
 
이것은 메밀 반죽입니다.
 
 
 
 
 
 
 
 
 
 
 
 
홍두깨로 밀어야 합니다.
 
 
 
 
 
 
 
 
 
 
 
 
 
 
 
그 달관한 솜씨가 어찌나 빠르시던지!
 
 
 
 
 
 
 
 
 
 
 
 
 
 
 
 
긴 홍두깨는 집에 두시고
짧은 홍두깨를 가져오셨다는데도
 
 
 
 
 
 
 
 
 
 
 
 
 
 
 
 
 
반토막의 홍두깨로
훨씬 평수 넓게 펼치시니
 
 
 
 
 
 
 
 
 
 
 
 
 
 
 
 
 
이야!
밀고 밀어서
또 밀고
 
 
 
 
 
 
 
 
 
 
 
 
 
 
 
 
진짜 넓게 반죽을 펴시고
 
 
 
 
 
 
 
 
 
 
 
 
 
 
 
 
 
 
접고
 
 
 
 
 
 
 
 
 
 
 
 
 
 
 
접고 
접어서
 
 
 
 
 
 
 
 
 
 
 
 
 
 
 
 
 
사각사각 사각사각
 
 
 
 
 
 
 
 
 
 
 
 
 
 
 
 
 
한석봉의 어머니도 울고 가실 칼 솜씨로
 
 
 
 
 
 
 
 
 
 
 
 
 
 
 
 
 
메밀 손 칼국수가 되었습니다.
 
 
 
 
 
 
 
 
 
 
 
 
 
 
 
 
 
 
털어서 굳지 않게 펼쳐 놓으시고
 
 
 
 
 
 
 
 
 
 
 
 
 
 
 
 
 
 
 
왼쪽은 메밀반죽을 펴는 홍두깨
오른쪽은 감자를 가는 강판인데요.
30년도 더 되셨다던가?!
 
 
 
 
 
 
 
 
 
 
 
 
 
 
 
 
 
 
이것은요.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앙금 앉혀 놓고 남은 건더기인데요.
저 건더기에다가
전분 앙금이 가라 앉고 나면
물은 따라서 버리고요.
굳은 전분이랑 저 건더기랑 합하여 또 반죽을 만듭니다.
이것이 비법입니다.
감자 섬유질과 앙금 가라앉아 굳은 전분이
쌀이나 밀가루 반죽처럼 쫄깃쫄깃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찹쌀가루 옹심이 처럼 쫀득쫀득합니다.
쌀로만 해 본 제 눈으로는 엄청 신기하더라니까요.
 
 
 
 
 
 
 
 
 
 
 
 
 
 
 
 
 
보이시지요?
새알?!
찹쌀 새알처럼 쫀득하여 풀어지지도 않습니다.
 
 
 
 
 
 
 
 
 
 
 
 
 
 
 
 
 
먼저 육수에 감가 옹심이를 넣고요.
감자옹심이가 둥 떠 오르면
 
 
 
 
 
 
 
 
 
 
 
 
 
 
 
 
 
 
 
메밀 칼국수를 넣습니다.
 
 
 
 
 
 
 
 
 
 
 
 
 
 
 
 
 
 
 
먼저 끓은 감자 옹심이 밑에는
늦게 넣은 메밀 칼국수가 가라 앉아 있습니다.
 
 
 
 
 
 
 
 
 
 
 
 
 
 
 
 
 
보이시지요?!
메밀 칼국수도 끓으면
감자 옹심이를 가르며 둥 떠 오릅니다.
 
 
 
 
 
 
 
 
 
 
 
 
 
 
 
 
 
 
 
 
파도 넣고요.
특이한 점은 아주 매운 청향고추!
땡초를 잘게 다져서 고명으로 얹어냅니다.
그 개운함이란!!!!!!!!!
 
 
 
 
 
 
 
 
 
 
 
 
 
 
 
 
요즘은요.
기게로 칼국수를 뽑거나 아니면 대량생산된 메밀국수를 쓰지요.
감자 옹심이도 저렇게 강판에 갈아서 그 섬유질을 그대로 반죽하는
그런 집이 많지 않습니다.
감자 옹심이는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감자 옹심이 반죽으로는요.
감자 전도 붙여 주셨는데요.
아! 맛이 있습니다.
 
천지를 창조 하실 때
아버지의 솜씨는
<보시니 좋았다.> 라고 하십니다. 
그 창조적 솜씨를
우리 인간에게 그대로 물려주신 은총이
지금 저런!
아니지요.
세계 방방곡곡에 전하여 주시니!
누리는 몫은 우리 모두의 기쁨입니다.
우리 모두의 만족이며 배부름입니다.
 
연일 추운 날씨 중인데
수고는 저 솜씨 좋은 분의 정성이오나
눈으로라도 맛 보시지요.
사진 작업하느라고 저도 수고 좀 했습니다.
히힛!
아~! 또 먹고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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