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펌 - (123) 아홉 살 인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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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10-01-26 | 조회수556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292 작성일 2004-06-19 오후 2:57:21
2004년6월19일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년일(성 로무알도 아빠스 기념 없음)ㅡ이사야61,9-11;루가2,41-51ㅡ
(123) 아홉 살 인생 이순의 자전거를 타며 신나고 재미있게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엄마의 얼굴이 환해지셔서 말 씀하셨습니다. "낮 배로 아빠가 오신다고 하시니까 어디 멀리 가지 말고 집에 있어. 아빠가 너 보고 싶어서 오시는데 기다려야지. 참외도 한 장자 사 오신단다." 시계를 보니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책가방을 내려놓고 다시 마실을 가겠다고 졸랐습니다. 아빠가 도착하기 전에 꼭 돌아 오겠다고 졸랐습니다. 엄마는 엄마만 아빠가 기다려지는 줄 아는 가 봅니다. 나는 맨날 놀고 싶은 줄로만 아 십니다. 나도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은데 맨날 나가서 놀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엄마는 나를 집에 잡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아빠가 추울 때 오셨다 가시고 이제야 오십니다. 가실 때는 긴 겨울옷을 입으셨습니 다. 봄날에 화사한 산꽃을 꺾어다 온 집안에 꽂아 놓은 것도 보시지 못하고 벌써 여름 이 되어 반팔 옷을 입었는데 이제야 오십니다. 나는 엄마에게 계속 졸랐습니다. 그럼 친구성신이네 집에만 갔다 오겠다고 졸랐습니 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엄마가 허락을 안 해 주십니다. 답답하고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친구네 집에만 잠깐 다녀온다는데 자꾸 안 된다고 하십니다. 속상한 마음에 구석방으 로 들어가 쭈구리고 앉아서 무릎에 얼굴을 묻어 버렸습니다. 엄마는 내가 놀러 가고 싶은데 못 가게 해서 우는 줄 아셨나 봅니다. 빨리 갔다만 곧장 오라고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엄마가 친구 집에를 못 가게 하신 이 유를 알고 있습니다. 섬에는 마을과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고 아이들이 어쩌다 한 명 씩 마을에 살기 때문에 제일 가까운 성신이네 집도 자전거로 20~30분은 가야 합니다. 그래서 갔다만 오더라도 40~50분은 걸리기 때문에 아빠가 오시는 걸 보지 못 할까봐 서 못 가게 하시는 겁니다. 얼른 일어나서 헬멧을 챙겨들었습니다. 어려서 서울에 살 때 아이스링크에 스케이트 를 타러갔는데 스케이트는 빌려 신고 안전모자는 사 주신 엄마입니다. 그 노란색 안전 모자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스케이트를 개인지도 받은 아이인줄 알고 넘어질 때면 나 만 붙들려고 해서 혼구녕이 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안전모자를 사주 신 이유는 스케이트를 타다가 다칠까봐서도 사주신거지만 진짜 목적은 자전거 탈 때 꼭 쓰라고 사 주셨습니다. 그 후로 나는 자전거를 탈 때면 언제나 노란색 안전모자를 씁니다. 오늘은 멀리 갈 거니까 꼭 써야합니다. 그래서 잽싸게 챙겨들고 엄마의 마음 이 변할까 봐서 불나게 자전거의 폐달을 밟았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학교를 가거나 마실을 나갈 때면 항상 마루에 서서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처다 보며 서 계십니다. 오늘은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나 는 성신이네 집에를 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집 마루에 서면 저렇게 넓은 들판도 보 이고, 사방으로 뻗은 길도 모두 보이고, 저 건너의 산까지도 보이고, 개미만 하지만 성 신이네 마을에 내가 도착하는 것까지 다 보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엄마의 눈을 무시 할 것입니다. 엄마는 내가 간다고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산을 향해 소리를 지릅 니다. 그러면 산은 더 큰 메아리로 전달을 합니다. 그렇게 넓은 온 들판이 엄마의 소 리로 물결이 됩니다. "너어ㅓ~~왜애ㅐ~~거어ㅓ~~기이ㅣ~~로오ㅗ~~가아ㅏ~~니이ㅣ~~?. 너어어어ㅓㅓㅓ~~~. 왜애애애ㅐㅐㅐ~~~~.거어어어ㅓㅓ~~~기이이ㅣㅣ~~~로오오ㅗㅗ~~~가아ㅏㅏ~~~니이ㅣㅣㅣ~~~~~~~?. 너 ㅇ ㅓ ~~~~~~왜 ㅇ ㅐ~~~~~ ㄱ ㅓ ㅇ ㅓ~~~~~~ㄱ ㅣ ㅇ ㅣ~~~~~ㄹ~ㅗ~ㅇ~ㅗ~~~~~~~ㄱ ㅏㅇ~~~~ㅏ~~~~~ㄴ~~~~~ㅣ~~~~~~ㅇ~~~~~~ㅣ~~~~~?~~~~~~" 너 왜 거기로 가니? 라고 산이 전해주는 엄마의 메아리는 내 마음을 따습게 해 줍니다. 어른들은 갈비뼈가 있는 가슴이 따습다고 하는데 나는 갈비뼈가 있는 가슴이 아니고 더 안쪽에 있는 가슴이 따스워집니다. 진짜로 엄마의 메아리를 들을 때는 내 마음이 맨날맨날 따습다고 합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엄마한테 비밀로 하는 이유는 위험하 다고 절대로 보내주시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가 도착하는 선창은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도 한 참 가야합니다. 그런데 산을 넘는 언덕이 있어서 자전거로는 많이 많 이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를 엄마가 가라고 하실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몰래 아빠를 마중가려고 합니다. 다른 날 같으면 방향을 바꾸어 내가 가기로 한 친구네 집 방향으로 안전하게 갔다가 엄마가 보시지 않을 때쯤 해서 돌아서 가겠지만 오늘은 위험해도 내가 가고 싶은 대 로 갈 것입니다. 나는 자전거를 탔으니까 엄마가 따라 오시지 못 하실 것입니다. 엄마 가 마루에 서 계시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서 계신다고 해도 나는 오늘 나의 길을 갈 것 입니다. 힘껏 페달을 밟아야지요! 엄마의 목소리 보다, 산이 외치는 메아리 보다, 더 먼저 가야지요. 나는 오늘 아빠가 도착하는 뱃머리에 갈 것입니다. 가서 내 자전거에 아빠가 등짐으로 지고 오실 무거운 참외를 싣고 올 것입니다. 선창에 나타난 나를 보 시면 아빠는 더 반가워하실 것입니다. 아빠가 가져 오시는 과일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 습니다. 우리 아빠는 시장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과일을 제일 좋을 걸로 고를 줄 아 십니다. 틀림없이 그 참외도 단 냄새가 솔솔 나겠지요?! 아! 그런데 오늘은 아빠가 오신다고 반찬준비 하시느라고 엄마가 마루에 서 있지 않았나 봅니다. 산이 메아리를 전하지 않으니까요. 다행입니다. 오늘은 하느님도 나에게 아빠 를 마중가라고 허락하시나 봅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지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빠가 버스를 타 버리면 어쩌지요? 빨리 가야 하는데요! 들을 지나는 것은 괜찮은데 경사가 급한 언덕이 큰 게 하나 있어서 자신이 없는데 어쩌면 좋지요? 말이 언덕이지 산을 하나 넘어야 됩니다. 그래도 갈 것입니다. 배 보다 빨리 도착해야 하니까 힘을 내 야지요. 아빠가 반가워하실 모습을 봐야 하는데........
어?! 저기 언덕이 보입니다. 저 언덕만 넘으면 다른 길은 힘들지 않은데 저 고바위(=경 사가 급한 언덕의 섬 사투리)는 왜 저렇게 높은지 모르겠습니다. 저 고바위는 왜 저렇 게 길이도 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고 힘들어서 자전거를 끄집고 걸어가야 합니다. 힘 들어도 배보다 빨리 도착해야 하는데! 쉬어 갈 시간이 없는데! 아이구 물이라도 한 병 가지고 올걸! 목이 탑니다. 급하게 나오느라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오지 말걸 그랬나 요? 다시 돌아갈까요? 아니에요. 아빠한테 내가 이만큼 컸다고 보여주고 싶습니다. 틀 림없이 아빠가 좋아 하실 것입니다. 난 포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포기도 하지 않고, 배보다도 먼저 도착 할 것입니다. 하지만 타고 가는 자전거는 너무 가벼운데 끄집고 가는 자전거는 나를 지치게 합니 다. 자전거만 두고 언덕을 올라가고 싶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요?! 아직도 부두에 도 착하려면 절반 하고도 훨씬 더 많이 남았습니다.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배 보다 먼저 갯가에 도착해야 하는데 자전거가 없으면 그 먼 곳에서 아빠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저 고바위만 넘으면 자전거로는 금방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힘든 데서는 내 가 자전거를 끌어주어야 합니다. 저 언덕부터는 자전거가 나를 싣고 씽씽 달려줄 것이 니까요. 그러니까 꼭 자전거랑 같이 가야 합니다. 휴! 언덕에 다 올랐습니다. 남은 길 은 훨씬 멀어도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전거가 나를 태우고 갈테니까 요. 후후후! 여기서부터는 그렇게 힘든 길은 없습니다. 자전거를 끄집지 않아도 되니 까요. 자전거를 타고 훨씬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야! 신이 납니다. 성공 성공 서엉공 입니다. 하하하하하!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요? 벌써 배가 왔다면 되돌아가는 차들이 쌩쌩 달려 올 텐 데. 아직 배가 도착하지 않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럼 다행이구요! 아빠를 만날 수 있 을 것입니다. 차들아 오지마라. 차들아 오지마라. 그래야 우리아빠를 선창가에서 만 난다. 차들아 오지마라...........!! 어? 그런데 왜 뒤에서 차가 오지요? 앞에서 와야 하는데요. 오토바이도 뒤에서 옵니 다. 볼일이 있나보지요. 아무튼 나는 앞에서만 차가 오지 않으면 됩니다. 아빠가 버스 를 타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곧 도착 할 거니까 배야 조금만 천천히 와라. 하느 님 예수님 우리 아빠가 탄 배가 조금만 천천히 오게 해 주세요. 어어?! 그런데 왜 위험하게 뒤에서 차들이 계속 오지요? 승용차, 트럭, 오토바이, 택시까지! 왜 이렇게 한꺼번에 뒤에서 달려오지요? 자전거가 휘청거립니다. 불안하게! 무섭게! 내가 너무 위험해지잖아요! 조심해서 가에로만 가야합니다. 자전거로는 뒤를 볼 수 없 으니까 꼭 가에로만 가야겠습니다. 세상이 온통 초록인 벌판에서 노란색 안전모자가 잘 보일 것입니다. 차들이 자나가도록 가에로만 간다면, 자전거 손잡이를 단단히만 잡 고 있으면, 뒤에서 오는 차들이 노란색 안전 모자를 발견할 것입니다. 엄마가 노란색 으로 사자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언제나 엄마는 내 생각만 하십니다. 서울에 살 을 적서도 노란색 안전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는 골목에서 나 혼자뿐이었습 니다. 오늘은 노란색 안전모자가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 오던 차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오지요? 뛰엄뛰엄 한 대씩 오지 않고 왜 이렇게 위험하게 많이 오지요? 어?! 버스도 오네요!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아! 이제야 배가 올 시간이 되어가나 봅니다. 배 타러 나가는 사람들이 이제야 선창으 로 가는 거네요. 그럼 배가 도착 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우리 아빠를 만날 수 있습니 다. 흐흐흐! 시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야 버스가 나가는 걸 보니 아빠는 충분히 만 날 수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바위를 올라 올적에는 좀 쉬었다가 올 걸 너무 힘 들게 넘었나 봅니다. 괜히 너무 무거운 자전거를 쉬지도 않고 끄집어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아빠를 안심하고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룰루랄라! 히히히! 아마 깜짝 놀라 실 것입니다. 다 왔습니다. 저 귀퉁이만 돌면 남진입니다. 남진은 배가 도착하는 마을 이름입니다. 남진! 남진! 남진입니다. 와! 나를 앞질러버린 차들이 벌써 선착장에 꽉 찬 채로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기 바다 위에 떠 오는 배도 보입니다. 딱 맞게 도 착했습니다. 배가 경적을 울립니다. 뚜우뚜우 도착한다는 신호입니다. 제일 앞에서 기다려야 합니 다! 아빠가 나를 빨리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헤헤헤헤헤!
저기서 아빠가 어깨에 참외상자를 메고 나오십니다. -"아빠 실어!" "오매 내 아들! 엄마는?" -"나 혼자 왔어. 참외 싣고 갈라고!" "엄마가 모르지? 너 이놈!" -"아빠 참외 실으라니깐!" "안 되는 거야. 너 혼자타고 와!" 아빠는 나를 무시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참외를 실을 것입니다. -"아빠 혼자 버스타고와. 내가 참외 싣고 갈랑께." 아빠가 어깨에 멘 참외를 내려서 자전거 뒤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꽉 잡 아도 자전거는 만세를 불렀습니다. 세게 누른다고 눌러도 자전거 핸들이 만세를 부르 며 허공에서 춤을 춥니다. -"아빠 다시 다시 다시 해봐!" "내 아들! 더 커야 되는 거여. 참외가 더 무거우니께 앞이 들려 버리는 거여. 더 커서 팔뚝도 굵어지면 실어 줄께 조심해서 타고와. 아빠는 간다. 조심해서 와야 혀?!" 버스는 떠나버렸습니다. 선창에 즐비하던 그 많던 차들이 번개처럼 빠져나가고 나 혼자 남았습니다. 바다에 떠 있던 배도 멀어지고 고동소리만 가끔 들려옵니다. 퀭하니 쓸쓸합니다. 바 다도, 시멘트바닥의 선착장도, 모두 모두 허전합니다. 진짜로 고생하고 왔는데 그렇 게 먼데를 또 자전거로 가야합니다. 그것도 혼자서 가야합니다. 출발도 안했는데 지루 합니다. 아이 심심해! 돌아 올 때는 별 생각도 나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고, 그냥 페달만 밟았습니다. 언덕에 서는 브레이크도 잡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아시면 큰 일이 납니다. 그래도 아빠가 도 착한 집에 빨리 가고 싶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마지막 뱃길이 끊어져서 나가는 차들 도 끊어졌습니다. 길고 높고 넓은 내리막길이 나 혼자만의 길이 되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자전거를 달래느라고 힘들었는데 내려올 때는 자전거도 신이 났습니다. 언덕을 내려올 때만 신이 났습니다. 돌아올 때는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따분했습니 다. 지루했습니다. ..............!!!!!"
마을 입구로 돌아드니 엄마가 저수지 둑에 서 있습니다. 눈물이 날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뱃머리에 나타난 나를 본 아빠의 소리를 듣고 걱정 이 되어서 나오신 게 틀림이 없습니다. 엄마를 속이고 갔더니 힘들게 고생만 하고 왔 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보이니 좋습니다. 엄마! 우리 엄마입니다! -"엄마! 엄마!" 크게 엄마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보고만 있고 대답을 안 하십니다. 산이 메아리 심부름을 하기 싫은가 봅니다. 엄마께서 몹시 화가 나셨을 것입니다. 화가 났다 해도 엄마가 반갑습니다. 저수지 뚝방 입구까지 나오는 엄마가 보입니다. 진짜 엄마가 좋습니다. 엄마한테 빨 리 가고 싶습니다. 그때서야 지친 종아리가 페달에 힘을 주었습니다. 엄마다. 엄마야! 저수지 뚝방 입구에서 엄마는 자전거를 받아 끄집으시며 말씀 하셨습니다. "아빠한테 가고 싶으면 말을 해야지. 거기가 어디라고 갔다 와?! 성신이집에 간다고 했잖아. 그리고 참외는 너가 더 커야 실을 수 있어. 다행이다. 무사히 왔으니 다행이 야. 배가 도착 할 시간이라 차들도 한꺼번에 달렸을 텐데 무사해서 다행이야. 다음에 는 그렇게 먼데를 자전거로 가지 마라. 위험해." 그래도 엄마의 걱정스런 잔소리가 싫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나를 달리 보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이구 내 아들! 아홉 살짜리 아기 아니네. 다 컸네. 그렇게 먼데를 혼자서도 갔다 오 고, 또 아빠가 무겁다고 참외 실을 생각도 다 하고 진짜 장한 내 아들이네." 하하하하하! 엄마는 앞으로 나를 어른 취급하실 건가 봅니다. 어깨가 으쓱 해 집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아빠를 구박했습니다. "이 몰인정한 아빠야. 어린것을 그 먼데다 두고 혼자 버스가 타고 와지드나? 당신이 아빠 맞어? 택시라도 잡아타고 자전거를 싣고라도 같이 와야지. 당신이 아빠 맞어? " 그래도 아빠는 끄떡도 안하십니다. "거기까지 왔다는 것은 돌아올 수도 있어야 남자야. 그렇지요오~~? 내 아들!" 아빠는 참외를 깎아서 내 입에 넣어주십니다. 그런 아빠의 무릎에 앉아봅니다. 아빠 의 무릎은 진짜 넓습니다. 아빠는 땀에 젖은 안전모자를 벗겨주십니다. 진짜로는요. 엄마는 말로만 나를 다 컸다고 하나봅니다. 아빠는 그러지 않습니다. 속으로도 내가 다 컸다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나를 믿고 혼자서 버스를 타셨을 것입니다. 나도 그 정 도는 눈치가 있습니다. 엄마는 말하고 마음이 틀립니다. 그래도 엄마가 좋습니다. 보세요. 충분히 혼자서 집에 돌아 왔잖아요. 히히히히히 자전거랑 노랑모자랑 같이 힘든 하루였습니다. 오래오래 기억이 날 것입니다.
당분간은 참외가 집에 계속 있을 것입니다. 섬에는 가게도 멀고 간식거리가 별로 없습 니다. 며칠 동안은 신이 납니다. 참외도 있고 아빠도 계시고......!
<이 글은 우리 가족이 섬마을에 살 때의 경험입니다. 아홉살 아들의 시각으로 써 보았 습니다.>
ㅡ얘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 너를 찾느라고 아버지와 내가 얼마나 고생했 는지 모른다." 루가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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