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후배들이 있으니까 안심하고들 죽어도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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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연 | 작성일2010-02-04 | 조회수393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후배들이 있으니까 안심하고들 죽어도 된다>
성령기도회가 무엇인지 아실까 모르겠다. 설명하자면 한참 길어지겠기에 생략하겠다. (조금 전 기도회 체험나누기에서 들은 말이다. 엊그제 어떤 가난한 분의 집에 불이 났단다. 그 이웃 할머니 한 분이, 집터가 180평 되는 그 할머니가 손수레를 가지고 와서 몇날며칠 전해더미를 치우고 돈이 될 만한 것은 고물상에다 팔아서 불탄 집 주인에게 주더란다. 그 할머니는 자기 집 땅에다 채소를 많이 가꾸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했다. 할머니 손이 거칠어 갈퀴손 같다 했다.) 오르간 키는 아가씨가 시험 준비를 한다 하여 늙다리 내가 대신 성당에서 오르간을 켜고 있었다. 기도회가 끝날 즈음에 전화가 울렸다. 얼른 전화를 열어 소리가 나지 않게 해 놓았다. 기도회가 끝나자 또 전화가 울렸다. 벌써 밤 아홉시 반인데 후배들이 나를 찾아오겠다 했다. 우리 아파트 후문으로 오라 했다. 툴툴대는 마누라를 달래서 집으로 들여보냈다. 김경주와 백형기가 와서 옆에 있는 호프집으로 갔다. 맥주를 시켜 마시고 있는데 마누라가 전화를 두 번이나 했다. 열두시가 다 되어 가는데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해서 헤어졌다. 어디선가 전작이 있는 후배들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들불기념사업회와 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 사무국장으로 봉사하는 형기는 몇 년 전부터 절친한 친구들이 보증을 서 주어 삼천 만원 융자를 받아 물건 납품 사업을 하다가 수금이 여의치 않아 일억 원 정도 빚을 지고 거덜 날 지경에 이르렀지만, 직원들에게 사정을 해서 다음에 만나자 하고 자기 부인과 둘이서 천신만고 노력한 끝에 빚진 사람들에게 돈을 갚아 주니까 그 사람들이 얼마씩 걷어서 자기들 못 본 사이에 이불 안에다 넣어두었더라는 말을 했다. 또 자기 집안 내력과 어린 시절 ‘산’에서 살던 기억을 풀어놓았다. 가히 서정적이고 문학적이었다. 화가, 키타리스트, 작곡가(김남주 시에 붙인 죽창가 작곡)교수인 경주는 열여섯 명이나 되는 신명패(정확하지 않다.)를 십육 년 동안 이끌어온 자기 여성 후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여자 분 이름도 말해 주었는데 붕어 기억력이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말 대견하고 훌륭한 여성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둥살둥 「시민문화회의」를 일구고 이끌어온 경주는 지난날 광주 미술운동판에서 성담이와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둘은 노선투쟁으로 갈등도 빚고 있었다. 경주는 그림은 아름다움과 기본기가 우선이라는 주장이고 성담이는 그림은 운동에 철저하게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그 두 노선이 다 마음에 들었다. 경주도 좋고 성담이도 좋았다. 그 두 사람과 친하게 지냈다. 성담이는 입담이 좋아 즐겁고 경주는 술집에서 키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가 좋아 즐거웠다. 경주도 성담이도 각기 제몫을 훌륭히 내했다. 후배들과 헤어져 오는 길에 경주나 형기 같은 착하고 유능한 후배들이 많고 많으니, 선배들은 걱정할 것 없이 언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찬성이가 옛날 나에게 광주운동권이나 운동을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광주시민이라는 아메바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핵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책무가 막중하다고 말했다. [실은, ‘핵’도 그 안에 포함되는 아메바 자체인 나 같은 일반 광주시민도 애써 움직여 살아가니까 엄밀한 의미, 넓은 의미에서 모두 운동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정용화 동지가 「광주민주화동지회」를 결성한다면서 65세 이상은 고문, 55세 이상은 지도위원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내가 덩달아 고문 나이에 해당하는 분들은 안심하고 언제 죽어도 괜찮겠지만, 어떻든 55세 이상 되는 모든 분을 취사선택함이 없이 삼고초려하여 고문과 지도위원으로 모시고, 또 누구든 그 나이가 되면 자동으로 고문과 지도위원이 되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분들이 정기회의에 모두 나와서 손을 맞잡고 어깨를 결어야 광주운동권이, 필수적인 노선투쟁에 상관없이, 모두 서로 아끼고 위해주면서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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