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일꾼” 될 준비되었나요?
연중 제5주일 루카 5, 1~11 : 고기잡이 기적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이사 6, 8)
제가 있지 않습니까?
외줄타기 서커스 단원이 있었습니다. 그 서커스의 모든 내용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외줄타기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도 식상한 관중은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서커스 단장은 외줄타기 단원에게 난이도가 높은 외줄타기가 있어야 망하지 않는다며 그물 보호망을 치우게 하고 외줄의 높이를 더 올릴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외줄타기 단원은 단장의 뜻을 따랐고, 피나는 노력 끝에 공연의 날이 왔습니다.
이미 여러 홍보가 있었기 때문에 관중이 구름떼 같이 몰려 왔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써커스 최고의 절정인 외줄타기 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높은 줄 위에 오른 외줄타기 단원이 모두 숨죽여 바라보고 있는 관중을 향하여 이상한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 제가 이 외줄을 건널 수 있다고 믿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모든 관중은 별 의미 없이 대답합니다. “건널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자 그는 또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 사람을 업고도 건널 수 있다고 믿습니까?”
관중은 또다시 의미 없이 외칩니다. “네! 건널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외줄타기 단원은 더욱 힘차게 외칩니다.“그렇다면 여러분 가운데 한 분이 올라오십시오. 그러면 제가 그분을 업고 건너겠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크게 외쳤던 관중 가운데 아무도 그 외줄에 올라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외줄타기 단원은 쓸쓸히 혼자 그 외줄을 건넜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자주, 큰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길도 건너겠습니다!” “당신께서 부르셨으니 끝까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시련과 유혹의 시간이 다가오면 그 모든 믿음과 대답을 쉽게 내어 던집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모두 부르심에 관한 내용입니다. 구약 이사야 예언자의 소명, 바오로 사도의 부르심, 시몬 베드로의 부르심입니다.
그들은 모두 “네”라고 대답하였고, 끝내 주님의 부르심에 목숨을 내어 던지며 믿음을 증거한 분들이셨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당신 나라의 일꾼을 부르십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이사 6, 8)
저를 보내십시오
기원전 740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예언자로서 부르심을 받았던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 왕궁을 드나들던 상류층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자신의 처지가 죄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 5)
근본적으로 살아 마주 뵈올 수 없는 하느님 앞에 모든 인간은 공포에 떨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됩니다. 인간은 모두가 죄인입니다. 때문에 사도 성 요한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만일 우리가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분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고 우리 안에 그분의 말씀이 없는 것입니다.”(1요한 1, 10)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죄 많은 우리를 당신 구원의 도구로 부르신 것입니다. 그분께서 부르셨기 때문에 우리가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도 성 바오로 역시 부르심을 받은 자신이 죄인이었음을 분명히 고백합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1코린 15, 9)
그랬던 바오로 역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끝내는 복음선포의 일등공신으로 순교의 삶으로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그토록 많이 배웠던 지식과 모든 지위를 버리고 말입니다.
사람 낚을 어부로 부르심을 받았던 사도 성 베드로 역시 스승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합니다. 그것도 세 번째 부인에서는 예수님을 절대 모른다고 하면서 거짓이면 천벌이라도 받겠다며 맹세까지 하며 배반합니다. (마태 26, 74 ; 마르 14, 71 참조)
결국 이사야, 바오로, 베드로 모두 죄인이었음에도 부르심을 받았고, 배반과 실의와 어둠을 살았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렇듯 우리와 똑같은 삶이었지만 주님 부르심의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끝내는 그 고난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이제 같은 부르심을 받은 우리에게 오늘 주님께서는 확실히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5, 10)
그에 대한 우리 믿음의 대답은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 8) 이어야 합니다.◆
말씀자료 : 배광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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