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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길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08 조회수404 추천수9 반대(0) 신고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길 - 윤경재

 

예수님과 제자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마르6,53-56)

 

오늘 복음서 내용을 잘 읽어보면 주어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오히려 ‘그들’이라고 표현되었습니다. 복음서에서 보통은 예수님께서 주어가 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특별합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옷자락 술에라도 손을 대게 부탁했습니다. 병든 이들을 낫게 하고 싶은 심정이 잔뜩 배어나옵니다. 자신들의 수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의 아픔을 도우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입니다.  

환자들 마음에는 치유되려는 열망이 가득했겠지만,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예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병자들은 ‘되겠어!’ 하는 자포자기 심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조차 잊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요한복음서 5장 벳자타 못 가의 병자를 고치실 때 먼저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일견 당연한 듯한 물음을 하시는 연유가 병자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자들은 생각은 간절하나 선뜻 자기 심정을 표현하기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주위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마르코복음서 저자는 이런 필요성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주어로 해서 이 대목을 작성하는 기술을 보였습니다. 예수님의 치유 기적에 못지않은 능력이 바로 사람들의 선한 행동에 달렸던 것입니다. 이웃을 위한 순수한 마음이 바로 주님의 기적을 불러일으켰다고 하겠습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는 마음은 감동을 줍니다. 감동은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너와 나를 일치하게 하는 위력이 있습니다. 어긋나고 일그러진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병든 이들이 치유 받았다고 말하기보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라고 일시적 치유보다 더 높은 단계, 구원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환자만이 아니라 믿고 손을 댄 사람 모두가 구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역으로 생각할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나마 생활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 기도하고 도움을 준 덕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비단 부모형제 일가친척뿐만이 아니라 전혀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람들 덕분에 평안히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청원보다 이웃을 위한 기도에 매달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 덕분에 죄의 대가를 치러야 마땅함에도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우리가 또 다시 익명의 천사가 되는 길입니다. 자주 병자를 방문하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돌보며, 재물을 희사하고, 중보기도를 올려주는 것이 우리가 이미 받은 은혜에 조금이나마 갚는 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처럼 예수님만이 아니라 죄 많은 인간이 주인공이 되는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웃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선한 행동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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