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설날아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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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연 | 작성일2010-02-13 | 조회수479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설날아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 지은만큼 복 받는답니다. 복 많이 짓고 복 많이 받으세요. 복 짓기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워요.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살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참행복 누려요. 어린이와 학생은 한 살 더 먹으면서 꿈에 부풀었으면 좋겠어요. 어른과 늙은이도 한 살 더 먹으면서 죽음이 기다려지면 좋겠어요.
오래 전에 써 놓은 설날미사 묵상입니다.
묵상 <설날에 다시금 세우는 결단>
설날, 우리가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 오늘, 지나간 한해를 돌이켜 반성하고 새로이 맞이하는 한 해를 설계하면서, 되돌아오지 않고 흘러가버릴 일회적인 한 해와 남은 생애를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생각과 길과 말씀에 충실한 사람으로 살아낼 것인가를 궁리하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결심을 세울 일이다. 이를 위해 오늘 독서와 복음에 비추어 우리 인생목표와 생활실천을 점검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우리의 실천생활과 마음씨를 차분히 자세하게 살펴보면 누구나 자기가 하느님의 생각과 길에서 멀리 떨어진 속물이요 죄인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든 사람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계신다. 불의한 생활을 청산하고 허영과 허욕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하고 계신다. 내 주위와 세계 곳곳에서 비참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때, 안정된 자기 생활에 안주하면서 무관심과 냉혹함을 고집하는 나는 불의한 사람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나라들을 무시하고 냉대하고 더욱 짓밟고 수탈하는 가풍과 국가정책에 은근히 동조하고 있는 나는 불의한 사람이다. 지금은 비록 억눌리고 빼앗기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재력과 권력을 쥐고 남보란 듯이 으스대고 남들 위에 군림할 날을 꿈꾸고 도모하고 있는 나는 불의한 사람이다. 그런 불의하고 허욕에 찬 나는 새 사람으로 다시 나지 않고 죽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내가 살아 있는 한 회개하여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기를 학수고대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회적인 인생이란 매 순간순간이 종말론적인 마지막 때인 것이다. 용서하려고 기다리고 계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야말로 자꾸만 잘못하고 죄를 짓고 불의한 생활과 욕망에 빠지는 우리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희망이 되시는 것이다. 자비를 베풀고 용서하시려는 것이 하느님의 생각이요 하느님의 길이다. 모든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라시는 생명의 하느님의 생각이요 길이다. 인정사정없이 단죄하고 죽이는 것이 그분의 뜻이 아니다. 사람을 끝까지 미워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인자한 아버지 하느님이시다. 어떤 사람이 불의한 사람이라고 해서 냉혹하게 단죄하고 처단하고 영원히 멸망할 사람으로 여겨 실망하는 짓은 하느님의 생각과 길에서 영 동떨어진 행위요 용서하고 참는 사랑으로 가득하신 하느님께 대한 월권이다. 정말 불의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불의에 증오와 복수심으로 맞서지만, 스스로 불의한 생활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불의를 인내롭게 일깨워주고 회개하도록 가능한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부족한 사람끼리 가장 사람다워지는 길은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는 하느님을 닮는 데 있다. 하늘이 땅에서 아득하듯 용서하시고 살리시려는 하느님의 생각과 길은 증오하고 죽이려는 사람의 생각과 길보다 한없이 높다. 예수께서는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재물을 쌓고 좀 안락하게 지내고 후손에게 그 재물을 물려주는 것을 인생목표로 삼는 일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짓인가를 명백히 밝히신다. 재물이란 ‘쌓으라고’ 주신 것이 아니고, 재능이나 능력도 ‘뽐내라고’ 주신 것이 아니다. 재물은 ‘나누어’ 정과 기쁨을 넘치게 하라고 주셨고, 재능과 능력은 남들을 ‘섬기는’ 일에 몸 바치라고 주셨다. 재물이나 능력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고 하느님 홀로 그 주인이시다. 재물이나 능력 그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모으고 쌓고 자랑하는’ 이용물이 되어서는 재앙을 가져다줄 뿐이다. 재물과 능력이 ‘서로 나누고 섬기는’ 이용물이 되어야 영원한 기쁨과 행복과 생명을 가져다준다. 바야흐로 개인 내면세계에서나 가정 안에서나 국가 안에서나 국제관계 안에서 ‘재물 쌓기 및 뽐내기’와 ‘서로 모든 것을 나누고 섬기기’가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다.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중간노선은 없다. 한쪽은 패배하고 한쪽은 승리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승리하셔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승리하여야 한다. 민족사회와 인류사회가 승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아름다움과 올바름과 착함과 덕스러움의 근원이요 온갖 기쁨과 행복의 샘이신 하느님께서 만물과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이 되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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