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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 [유광수간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8 조회수578 추천수5 반대(0) 신고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루가 9,23-26)

-유 광수신부-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오늘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는 것에 우선 주목하자. 그렇다. 예수님은 항상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비록 어느 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더라도 그 말씀의 대상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마태28,19)이며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사도행전 1,8) 해당되는 말씀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뜻은 모든 이를 구원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예수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예수님의 말씀에 바로 나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 인생이란 내가 개척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을 올바로 알아듣고 그 말씀에 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내 인생의 설계도는 이미 예수님에 의해 그려져 있고 나는 다만 그 설계도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 신자들도 이 간단한 진리를 알아듣고 올바르게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말씀하시지만 강요하지는 않으신다. 어디까지나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시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누구에게나 강요하시는 분은 아니시다. 예수님은 자유로운 분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인격과 자유를 존중하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 요구하시는 그리스도 신자의 생활이 있다. 어떤 것이 있는가?
우선 한 가지 한 가지 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세례성사를 통하여 예수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게 된 그리스도신자는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23절)
둘째, 자기 목숨을 구하려면 예수님 때문에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24절)
셋째,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25절)
넷째, 그리스도 신자는 누구든지 십자가를 지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아야 한다. 즉 십자가  없는 영광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26절)
다섯째, 하느님의 나라는 죽은 다음에만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서도 볼 수 있다.(27)

성당에만 왔다 갔다 하고, 매일 미사 참례를 하고, 하루에 묵주기도 십 오단을 바친다 하더라도 오늘 복음에서 제시한 삶을 구체적으로 생활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즉 이 세상에서 예수님이 제시한 삶을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면(실천하지 않으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이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한 마디로 하늘 나라는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을 제시하신다. 이 조건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걸어가신 길이 바로 이 길이기 때문이다. 구원받으려면 반드시 구원에 이르는 이 길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래서 "좁은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왜 우리는 이런 어려운 길을 걸으면서까지 그리스도를 따라가야 하는가? 그리스도가 내 생의 전부이시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골로3,3)라고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생명이 그리스도 속에 숨겨 있기 때문이다.

 

"나를 따라야한다."라는 말씀은 그리스도 신자가 늘 신앙생활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신앙생활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활인가? 그 생활이 바로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이 조건에 합당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올바른 신앙생활이라 할 수 없다.

 

세 가지 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묵상하자.
첫째, "자신을 버리고."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산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항상 자기 생활의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다. 하느님이 계셔야할 자리에 자기가 있는 것이다.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항상 하느님은 뒷전에 계시고 자기가 우선권을 갖고 자기를 위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생활이 아니라 자기를 따르는 생활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을 하려면 자기를 버리지 않고서는 절대로 가능하지가 않다. 그래서 자기를 버리라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있던 그 자리에 예수님을 모시라는 말이다.
둘째,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오늘날 십자가란 무엇일까? 어떤 어려운 것이라도 내가 좋아서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절대로 십자가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쉬운 일이고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한다는 것은 바로 나에게 커다란 십자가이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은 내가 비록 하기 싫어도 그것이 나를 구원하는 것이라면 하라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이 결코 자유는 아니며 반드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셋째, "나를 따라야 한다." "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제시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활 속에서 그분이 제시한 생활을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구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시고 끝나신 분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그 길을 걸어가도록 우리를 동반해주신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그분을 따르라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예수님의 모습은 그리고 들어야할 그분의 음성은 바로 복음이다. 복음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당신을 따라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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