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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37) 어느 어머니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9 조회수404 추천수3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305       작성일    2004-07-06 오후 2:30:50
 
 

2004년7월6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성 마리아 고레티 동정 순교자 기념 ㅡ호세아8,4-

7.11-13;마태오9,32-38ㅡ

 

    (137) 어느 어머니께

                            이순의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쩐지 어머니께 아주 근사한 편지 한 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어머님의 입장에서는 너무 거북스럽고 불편한 편지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기왕에 써 드리기로 한 편지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간직 하실 값이 좀 두둑해

지실 것 같아서 큰마음 먹고 씁니다.

오래오래 간직하실 만한 편지이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 어머니께 신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제나 교회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교회의 입장도 있고, 사제의 입장도 있으며, 저의 이런 의견이 전체 교회의 모습

이 아니라고 밝히며, 어디까지나 제 개인이 신앙을 하면서 깊이 생각해 왔고, 화두로

삼아 고민해 본 적이 있으며, 주관적 시각에서 나오는 입장일 뿐이라고 먼저 밝혀 둡

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신부님들에 대하여 훤히 꿰차고 앉아서 평범한 신자들의

기를 팍팍 죽이는 교우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부님을 많이 알수록 겸손하고 자중하고 언어에 신중해야 하는데, 그래야만 그 신부

님께 누가 되지 않을 텐데, 가끔 그렇지 못한 교우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로는, 어쩌다가, 간혹, 사제의 주변이 사람은 많으나 텅 비어 보일 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 분들 속에서 희희낙락거리다가 방문자도 돌려보내시는 신부님도 간혹 계시구요.

본질이 상실 된 관계로 인해, 직무에 해악을 끼치는 신자와 사제의 관계는,  모름지기!

적당히! 항상! 항구히! 일정한! 거리의 간격을 유지 하는 것이 가장 옳을 것이라고 생

각합니다.

인간, 청년, 남자가 아니라 주님의 대리자를 위해서지요.

예의와 범절이 무너지는 사회가 팽창하면서, 진짜로 존경은 하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신자들의 태도도 변해가고 있지만, 사제들도 존경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

가 있습니다.

그래서 존경 할수록 멀리,  사랑 할수록 근엄하게,  좋아할수록 침묵하는, 그런 신자

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사제를 위하는 최상의 도리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요즘은 신부님들이 그걸 못 참는 것 같습니다. 그게 큰 문제입니다.

사제이기 때문에 누리는 특권을 엉뚱하게 쓰시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교회의 밤 문화!

야심한 밤까지, 때로는 새벽까지, 무슨 활동이나 특수 사목이라는 이유로 교우들을 소

유하는 성직! 그걸 은근히 즐기면서 가정에는 합당한 종교적 외출이라는 선포를 남기

고, 유유히 밤으로 나서는, 필요이상으로 주님을 우롱하는 당위성의 신자들! 그렇게

깊은 시간에 주님의 이름으로 있어야 할 진정한 사제의 자리와 신자의 자리는 어디

일까? 과연 그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본당 활동이며 특수사목인가? 그런 빌미로 예

수님을 논한다고 한들 가정이 성화 될 수 있는가? 각자가 구원 될 수 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상대가 교회이기 때문에, 사제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저녁시간에 아이들이 아이들

끼리만 있어야 하는 밤! 남편이 또는 아내가 홀로 있어야 하는 밤!

얼마 전에 교회신문은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고, 가정의 성화를 외치는 심포지엄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쩌

면 새로운 저 이유 자체가 또 누군가를 밤으로 불러들이는 동기가 되지는 않을까? 가

정에 남겨진 누군가는 교회라는 이유로, 사제라는 이유로 저 시간에 방치 되어야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가정에 머물기 위해서 호된 작심을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시대가 되었

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모임과 회합과 취미 활동에서 돈 벌이에 나서는 일까지,

끝도 없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 머물러야 하고, 대화는 단절되며, 소비가 요구되

는 상황을 발생시키고, 수도 없이 가정을 위기에 몰아넣는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사제들이 밤에는 성무일도에 심취하고, 주님의 말씀에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

면 안 됩니다.

그런데 술에 심취하고, 온갖 꺼리를 만들어서 사람을 옆에 두려하고, 새벽에는 제 정

신이 아닌 상태로 잠에서 깨어나고........

물론 모든 사제가 그렇다고는 결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신자가 그렇다고도 결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하고, 아버지의 뜻을 알아가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한 현

실을 부인해서도 안 됩니다.

진정한 가정 성화란 무엇인가?

 

서양에서 서양의 종교가 쇠퇴하고 왜 동양의 종교에 관심을 갖는가?

사람의 본질은 내면의 울림입니다.

그 내면의 울림을 자신 안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외형적 결과에서 얻으려고 하는 활

동 중심의 신앙형태가 인간의 본성을 찾아 새로운 구도의 길을 걷게 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인도자!

사제들께서 진정한 내면의 울림을 알아가지 않는다면 피로서 자생한 한국 천주교회

의 위기도 멀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가 비중 있는 주님의 사업으로 가정성화를 제시했다면, 신부님들 각자의 가정성

화는 어떤 것인지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독신을 사는 사제 개인의 가정성화가 먼저 정착 되어야 할 것이고, 그 모범이 교회의

밤 문화로 인한 외톨이 아이도, 짝을 빼앗긴 배우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분명히

신자 개인 개인의 성화에도 희망이 도래할 것입니다.

진정한 가정성화란 내 자신의 내면의 본질을 성찰하고, 그 해법을 가족에게 기여 했을

때, 참 보시기에 좋았다 라고 하는 아버지의 음성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교회가 사제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가정의 완성은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고 새로운 구도의 길을 떠나야하는 모순을 차단

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교회를 꿈꾸며, 그런 종교를 사랑합니다. 또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신

앙인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

얼마 전 뉴스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접대업무를 본 직장인의 죽음에 손을 들어주지 않

은 판례를 알렸습니다. 세속에서도 냉혹한 판결을 받은 밤 문화입니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교회의 밤 문화는 세속만큼의 냉혹한 심판도 비난도 받지 않고 있

습니다. 오히려 사제의 옆자리에 앉아 본 사람과 앉아보지 못한 사람 간에 반목이 발

생하는! 미묘한 교회의 밤 문화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정착 되어 왔습니다. 

그들 스스로 교회의 밤 문화를 호도하는 것입니다. 밤 문화만이 교회라는 이름으로 사

제와 사사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파장이 사제의 곁에 앉아보기는커녕 서 보지도 못하는 88%의 교우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은 관심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 파장이 발생하는지도 모를 것입

니다. 알았다면 교회의 밤 문화가 그런 식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들에게는

더불어 사는 교회가 아니라 신부님하고 우리끼리 사는 교회인 것입니다. 물론 외적인

활동의 영역이 확인 되는 그런 결과를 부인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선교하는

가? 밤 문화를 정당화 하면서까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주님의 복음

인가? 그들의 복음인가? 진정으로 사제들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절대로 치유가 

불가능한 교회의 밤 문화입니다.

 

국가의 현실을 극복하여야 할 교회가 밤 문화만큼은 오히려 국가의 현실을 능가해 버

린 교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라가 음주운전 단속으로 대홍수를 이루는 이 시대에 삼보 일배로 교회의 얼굴이 되

셨던 신부님께서 밤중에 어떤 분의 승용차를 빌려 타고 가시다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는 기사가 났습니다.

너그러운 교우들은 단속에 걸려서 하느님께서 신부님을 보호하셨다고 호도 하셨지

만 정말로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가 살인행위이기 때문에 지구 전체가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

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야심한 밤에 음주운전을 하셨다는 상황은

당신께서 일구신 많은 것들을 실망스럽게 하고, 저를 비롯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그분

께서도 다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역시 그 야심한 밤에 여성의 이름으로 등록된 차량을 밝히기에 꺼려 했다는 뉴

스는 참으로 개탄스러웠습니다.

사제들의 이런 모습은 교회 안에서 공공연히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으며, 힘 있는

교우들의 물리력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

사제는 스스로 단호해 지지 않으면 오직 주님의 십자가의 대가로 칭송받는 모든 권위

를 더럽히는 첫째 사람이 될 것입니다.

교회의 밤!

사제관에서는 성무일도가 묵상되는 밤!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저녁기도를 합송하는 밤!

과거에 그렇게 하셨던 선조들의 모습이 아련히 그리워집니다.

어머니!  

너무 장황한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훗날에 사제의 어머니가 되실 분께 쓰는 편지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

까요?

더위와 장마가 겹치는 불편한 날씨에 건강 유념하시기를 빌면서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ㅡ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 하셨다."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마태오9,37-38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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