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my chosen Son; listen to him.
(Lk.9.35)
제1독서 창세기 15,5-12.17-18
제2독서 필리피 3,17ㅡ4,1
복음 루카 9,28ㄴ-36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진을 올리면 그 사진으로 나이를 평가하고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삼아 그 사이트에 들어가 제 사진을 올렸지요. 그런데 제 사진으로 평가되는 나이는 40대 후반이랍니다. 40대 초반인 저로써는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하긴 제가 그렇게 젊어 보이지는 않겠지요. 왜냐하면 얼굴에 주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주름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사제 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어느 본당의 보좌신부로 발령을 받아서 생활할 때였습니다. 그때 역시 사람들은 제게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하도 많이 듣다보니 지겨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제게 오셔서 귓속말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신부님, 사람들이요. 신부님께서 나이 많아 보인데요.”
한 두 번 들은 것도 아니어서, 저는 곧바로 말씀드렸지요.
“제가 주름이 많아서 그래요. 어떻게 하겠어요? 생긴 것이 이런데…….”
이에 그 할아버지께서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신부님께서는 너무나 젊어 보이세요. 제가 이래봬도 사람 나이는 잘 맞춘다니까요.”라고 말씀하신 뒤 곧바로 이야기하십니다.
“신부님, 올해 나이가 마흔 몇 이죠?”
제가 사제 서품을 받은 해였기 때문에, 딱 서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3~4살 많게 보시는 분들은 많이 뵈었지만, 이렇게 열 살 넘게 제 나이를 예측하신 분은 처음이었지요.
아무튼 이런 평가를 받게 된 이유가 바로 얼굴의 주름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주름살이 저에게는 커다란 핸디캡(handicap)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떤 분의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분께서도 저와 비슷하게 얼굴 주름이 많으신 분이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여러분, 학창 시절에 공부할 때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어떻게 하셨습니까? 줄을 그으셨지요? 아마 지금도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 가슴에 새기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줄을 그으실 것입니다. 아마 하느님께서는 제가 그렇게 중요했나 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가슴에 저를 새기시려고 했나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 얼굴에 줄을 그으셨네요.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저에게는 핸디캡인 부분이, 이 분에게는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 되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면 이 세상에서 못할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부분까지도 가능한 일로 만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제자들은 스승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들은 그 모습이 너무나 좋았나 봅니다. 이제까지 어렵게 살아왔는데,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장면과 더불어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존경하는 모세와 엘리야까지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그 자리가 천국 같았겠습니까? 그래서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그 자리에 눌러 살자고 청하지요.
하지만 주님께서는 지금이 좋다고 그냥 그 자리에 안주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그래서 하늘에서 예수님의 뜻을 알아채고 이러한 소리를 전해 주지요.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심을 굳게 믿으면서, 어떤 일이든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지금 현재 편하고 쉽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안주하려는 나태함을 과감하게 버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지금 힘들고 어렵다고 좌절과 포기의 모습을 간직해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원하시지 않는 것은 물론, 내 스스로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 말씀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주신다는 확신을 갖고 힘차게 생활하십시오. 힘차게 생활하다보면 어느새 행복도 내 것이 될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결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법이다.(라 로시코프)
습관
나는 언제나 당신 곁을 떠나지 않는 동반자입니다.
나는 당신의 가장 충실한 조언자일 수도 있고 가장 무거운 짐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밀어 올릴 수도 있고 실패의 나락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 가운데 절반을 나한테 떠넘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순식간에 그리고 정확하게 해치웁니다.
나를 다루는 일은 쉽습니다. 나를 꽉 붙잡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정확하게 보여만 주십시오. 몇 번만 연습하면 나는 자동으로 해냅니다.
나는 모든 위인의 하인입니다. 하지만 실패자의 하인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사람이라면 나는 위인을 만들어 냅니다.
나는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기계는 아닙니다. 인간의 지성을 가지고 있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나를 움직여 이득을 볼 수도 있고 파멸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나를 꽉 붙잡고 훈련시키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이 세상을 드리겠습니다.
나를 편히 놓아주시면 당신을 파멸로 인도할 것입니다.
나는 바로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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