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고통의 신비 - 이인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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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형로 | 작성일2010-03-08 | 조회수487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고통의 신비
이 인 평
주님, 저희를 사랑하신 까닭에 그토록 피땀을 흘리시며 매를 맞으셨습니까? 저희에 대한 사랑이 당신 가슴 가득 북받친 까닭에 때가 되어 스스로의 죽음을 작정하시다니요.
죽어서야 보여 주실 당신의 애타는 사랑 때문에 채찍을 맞고 가시관에 찔려 거룩하신 선홍의 피를 쏟으셨습니까?
고통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내도록 잔악한 병사들에게 몸을 던져 죽도록 인간을 사랑하시다니요.
죄인들을 벗이라 아끼시고, 그 벗들을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신 까닭이 사랑이더라도 어찌 고통으로 짓이겨진 처참한 죽음의 길이었단 말입니까?
당신의 고통이 너무도 참혹하여 생각만 하여도 온몸이 전율하고, 상상만 하여도 치가 떨려 골수로 스미는데
그 고통과 고통이 서로 잡아당기는 아픔 속에서도 오직 저희에 대한 사랑으로 죽음을 기꺼이 맞이하시다니요.
자비로우신 당신의 뺨을 때리고 얼굴에 침을 뱉는 병졸들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히려 하느님께 그들의 용서를 간청하는 당신을 생각하면 어느 누가 당신 앞에 고개를 쳐들 수 있겠습니까.
저희 죄인들을 속량할 속죄 제물이 하필이면 죄 없는 당신의 몫이라니요. 당신의 자비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이 놀라운 고통의 신비를 묵상할 때 죄인들은 그저 당신의 뜨거운 사랑에 눈물뿐이옵니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토록 엄청난 수난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 주님의 고통과 죽음으로 인간들의 죄는 지워져 가고
이 모든 것이 오직 하느님의 사랑에서, 그 지극하신 자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았을 때 주님의 고통과 죽음이 곧 저희의 구원이라는 사실에 그야말로 아연 실색하듯 놀라울 뿐이옵니다.
죽음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께서 해골 터 언덕을 향해 지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죄인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점점 구원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으니
주님, 당신께서 당하신 고난이 오히려 저희를 영생케 하다니요.
이치로 따져도 저희 죄인들이 백 번 죽어 마땅한데 보잘것없는 저희 죄인들을 사랑함이 당신께는 이토록 모진 고난의 길이었단 말입니까?
옷을 벗기고, 기둥에 묶여 매질을 하고 가시관을 씌우고, 십자가로 어깨를 짓누르고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고
당신을 조롱했던 그자들이 바로 다름 아닌 저희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오히려 저희를 용서하시는 구세주의 지극한 자비를 여지없이 드러내시다니요.
저희 죄인들의 죽음을 이토록 속량해 주시다니요. 십자가에 못 박혀 뼈가 아리는 고통으로 매달리신 주님, 저희는 이제, 당신의 사랑이 너무도 크다는 것밖에는 더 이상은 거룩한 당신의 고통과 죽음 앞에 존재의 부끄러움을 모아 무릎 꿇고 엎드릴 뿐이옵니다.
주님, 당신은 이토록 저희를 끔찍이도 사랑하시어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당신의 성혈을 쏟으셨습니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모진 고통과 죽음으로 아버지의 뜻을 끝내 이루시기 위해 차가운 시신이 되어 십자가에서 내려지고야 마시다니요.
숨을 거둔 당신의 몸이 성모님의 품에 안기셨을 때 오, 주님! 피범벅이 된 아들을 끌어안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슬픔을 견디는 어머니의 그 아픔이 이제는 저희의 가슴을 저밉니다.
성모님께 안긴 죽음의 긴 침묵은 무지하고 잔혹한 세상에 대한 연민이 되어 고귀한 어머니의 슬픔과 눈물이 피투성이로 죽어 나온 아드님의 얼굴을 적시다니요.
주님, 어머니와 아들이 삶과 죽음을 함께 넘어서듯 당신은 또 그렇게 세상을 멸망에서 구원하셨습니까?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저희 죄인들은 결국 당신의 죽음에 동조하고 말았습니다.
저희는 끝내 하느님의 아들이신 당신을 폭력으로 때려죽이고 말았습니다. 인간을 그토록 사랑했던 하느님의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옵니다.
이 모든 것이 이렇게 될 줄을 미리 아시고 세상으로 오신 주님,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희생양이 되시어 끝내 저희를 구원하고야 말았습니까?
당신을 죽인 살인자들 앞에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드러내시다니요. 아니, 죄악에 찌든 인간들을 오히려 죽기까지 사랑하시다니요. 그토록 죽기까지 사랑해야 할 저희들이었습니까?
그 무엇으로도 갚을 길이 없는 당신의 고통과 죽음 앞에 이제 저희가 당신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질 수 있을까요? 주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거슬러 살아온 저희들이 서로 사랑함으로 당신 은총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 수가 있을까요?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부활하여 하느님의 권능을 그대로 드러내기까지 당신의 수난과 죽음이 주는 그 고통의 신비 속에서 저희는 오직 주어진 삶의 고통을 감내하며 죽기까지 당신을 사랑할 뿐이옵니다.
주님, 당신께서 이루신 구원의 기쁨을 깊이 간직하며 저희 삶의 고통이 당신의 은총 안에서 이제는 영원한 생명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저희를 이토록 사랑하신 까닭에 당신은 고통과 죽음을 거쳐 이렇게 놀랍도록 다시 부활하셨으니,
당신의 고통으로 저희의 고통을 덜어 내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의 죽음을 되살려 주신 주님, 오직 당신께 끝없이 감사드리고 감사드리옵니다.
고통의 신비로 저희에게 오시는 주님, 당신은 고통의 신비를 저희 안에 새겨 주시어 세상의 모든 고통보다 무거운 당신의 고통의 힘이 저희에게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열정이 되게 하셨습니다.
저희 자신들의 십자가를 걸머지고 당신을 향한 기쁨으로 당신을 따르게 하셨습니다. 저희들 삶의 고통은 이제 당신의 고통 앞에 겸덕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주님의 사랑 안에서 당신의 고통은 드디어 저희를 완전한 죄의 속량과 구원으로 이끌었습니다.
주님, 당신의 은총에 안긴 저희 고통의 힘은 이제 모든 정성과 힘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 이토록 저희에게 자비와 은총을 거저 베푸셨습니까? 당신의 놀라운 고통으로, 이토록 저희를 끝까지 사랑해 주셨습니까? 오, 주님!
* 이인평의 가난한 사랑 : http://blog.naver.com/iplee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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