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16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18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4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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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투시오 수도원의 일상을 담은 영화 <위대한 침묵>을 보았습니다. 침묵하며 모든 시간에 하느님을 만나려는 수도승들의 모습, 그들의 기도와 일,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한참 어우러져 갈 무렵 화면에 성경 구절 하나가 떠오릅니다. “나는 있는 나다.” 탈출기 3장 14절에서 하느님이 모세에게 알려주신 당신의 이름입니다. 여기에서 ‘야훼’ 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하지요. 수도승들이 침묵 속에 사는 것은 바로 이분, 계시는 분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불 꺼진 성당 바닥에 수도승들이 엎드려 그분을 조배하고 있을 때 오직 감실의 붉은 등만 깜빡거리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해 줍니다.
계시는 분, 존재하시는 그분께서 이제 우리와 같은 살과 피를 지닌 사람이 되셨다는 말씀을 오늘 듣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계시는 분, 존재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곁에 오셨다는 것, 곧 야훼 하느님이 임마누엘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필리피서 2장의 그리스도 찬가는 자신을 낮추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렇게 노래하고 있지요.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2,6 – 7ㄱ)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이 사람에게 건너오셨으므로 우리 역시 이웃에게 건너갑니다. 하늘에서 벼락이 치고 땅이 갈라지는 것이 기적이 아닙니다. 진짜 기적은 너무나도 자기에 사로잡혀 있는 나, 내가 너에게 건너가는 것입니다. 내가 너에게 건너가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것을 한 우주가 다른 우주와 만나는 일에 비길 수 있지 않을까요 ? 이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때 우리는 임마누엘 하느님을 온 존재로 증거하는 것이고요.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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