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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30일 요한14,1-6 묵상/ 길은 꽃을 보고 찾는 게 아닙니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30 조회수452 추천수7 반대(0) 신고
길은 꽃을 보고 찾는 게 아닙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2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 3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4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5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 6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본당에 부임한 후 며칠 안 되어 가정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행하던 신학생이 “수녀님께서 어제 다녀오셨다니 집은 금방 찾을 수 있겠지요 ?” 라고 묻기에 그 근처에 꽃이 많이 피어 있던데, 곧 찾을 수 있다며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막상 집 부근에 도착하자 도통 가름할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이고 여기냐고 눈빛을 마주하는 신학생에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길모퉁이를 돌아서는데, 그곳에도 흐드러지게 핀 꽃무리가 있었습니다. “어머나, 여기도 꽃이 있네.” 나의 경탄과 놀라움에 기가 막힌 신학생이 점잖게 한마디 합니다. “수녀님, 길은 꽃을 보고 찾는 게 아닙니다!”

나의 수도 삶에서 ‘길’ 은 화두였습니다. ‘생명의 길을 어디로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 하는 게 열병같이 따라다녔습니다. 찾고자 했던 관계의 길은 난해했고, 사랑의 길은 모호했으며, 진리의 길은 거칠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상처를 받고, 상처를 입히기도 하며, 못다한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옳다고 여기며 걸어온 길의 끝에 서서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주님, 이 길이 주님께서 앞서 가신 길입니까 ?’ 하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사도 토마스가 예수님과 동반했던 수많은 시간의 끝에서 주님의 말씀을 깨닫게 되었듯이, 제가 잃었던 막다른 길에 서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는 이정표를 보았습니다. 제가 찾던 길은 지식 속에도, 권위와 인정 안에도, 명예와 재화의 한가운데도 있지 않았습니다. 너무 작아 보이지 않았던 형제 · 자매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작은 일들, 보잘것없어 지나쳤던 사건들 안에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우리의 길은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되는 것이며, 그분 안에 머물 때만 생명과 진리의 빛 안에서 걸어갈 수 있음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이제 제가 아는 길만이 길이라고 고집하지 않으려 합니다. 주님을 표지판으로 삼고 제가 모르는 다른 길을 따라 나의 이웃이 오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명순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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