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2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4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5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 7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8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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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잘 알고 있는 포도나무 비유입니다. 따라서 묵상을 하는 게 낫겠습니다. 무릇 묵상을 할 때는 사물의 이치를 깊이 궁구하는 가운데 그 의미를 잘 알아듣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합니다. 물론 이때도 각자 인간됨의 깊이가 드러날 것입니다. 사물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매가 어느 정도 깊고 그윽한지에 따라 묵상에서 알아듣는 바가 달라지는 것이며, 묵상의 열매로서 얻게 되는 힘과 위안의 강도도 제각각일 것입니다.
어떤 내용을 묵상할 때 출발점은 지금 현재의 여러분 자신입니다. 곧 여러분이 알고 있는 지식, 여러분이 지금껏 살아오며 축적한 체험, 여러분이 지금 처해 있는 주위 상황을 바탕에 깔고 묵상을 통한 알아들음이 전개될 것입니다. 무슨 깊은 신학적 지식이 선결조건으로 요구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미리 좋은 강론을 들어둬야 한다든지, 훌륭한 기도체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좋은 기도에 걸림돌이 될 위험이 많습니다.
그저 단순히 지금 여러분 자신의 성실한 마음과 건강한 양심만 갖춘 것으로 충분합니다. 상식과 양심에 바탕을 두고 차분히 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면 얻는 바가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알아들으면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런 점들에 조금은 유념하면서 포도나무 비유를 알아들으려고 애썼으면 합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고, 하느님 아버지는 농부고, 우리는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고, 그러면서 각자 적절한 포도열매를 맺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 포도나무 내지 가지와 농부의 관계,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는 것처럼 예수님 안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 맺게 되는 열매란 무엇을 뜻하는지 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잠길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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