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초발심(初發心)의 자세" - 5.14,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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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0-05-14 | 조회수553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5.14 금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1,15-17.20-26 요한15,9-17
"초발심(初發心)의 자세"
‘무소유’라는 책을 쓰셨고, 또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사셨던 법정 스님이 유독 한 거울에만 집착하여 평생 소유했다 합니다. 이를 궁금히 여긴 도반이 거울 뒷면을 보니, ‘처음 삭발한 날’ 그리고 그 아래에 연도와 날짜가 정확히 적혀있었다 합니다. 이어 법정 스님의 고백입니다.
“나는 내 마음이 해이해지면 거울을 꺼내보고는 했다오. 그러면 머리를 깎을 때의 신심이 칼날처럼 일어나고는 했거든요.”
초발심을 잊지 않으려고 거울을 지니고 시시때때로 자신을 비춰보며 게을러지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았다는 수행자 법정스님입니다. 수행자가 게을러지고 타성에 젖어 초발심의 자세를 잃는 것보다 큰 손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묵시록에서 에페소교회에 대한 주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네가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버린 것이다.”(묵시2,4).
그리스도와의 운명적 만남에 운명적 수도생활의 운명공동체에 속한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늘 새롭게 하는 초발심의 자세가 참으로 절실한 우리들입니다. 바로 다음 복음 말씀이 우리의 초발심의 자세를 새롭게 합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바꿔 말해, ‘내가 너희를 용서한 것처럼’ ‘내가 너희를 받아들인 것처럼’ ‘내가 너희를 이해한 것처럼’ ‘내가 너희를 배려한 것처럼’ 모두를 포괄한 넓고도 깊은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 주님 사랑을 깨달아 이 주님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래야 우리는 주님 사랑 안에 머물게 되고 주님의 친구가 됩니다. 하여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2,15ㄱ)로 살 수 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할 때 주님의 친구가 되고 더불어 주님과의 우정도 깊어지며 열매 풍성한 삶입니다. 주님 사랑을 부단히 공부하고 깨달아가면서 우리 사랑을 넓고 깊게 할 때 더불어 형제 사랑도 깊어짐을 깨닫습니다.
오늘 사람의 마음을 잘 아시는 하느님은 부활의 증인들 중에서 마티아를 사도로 뽑습니다.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날까지 예수님의 제자공동체에 몸담았던 마티아는 주님의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 준수에 충실했음이 분명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오늘 복음의 결론과도 같은 주님의 엄중하고도 단호한 명령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의 생명과 사랑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시어 항구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게 하십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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