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나의 형제여 "
한 동네에 부모님을 모시고
떨어져서 농사를 지으며 아들이랑 둘이 살아가는 형제가 있다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
기다리고 준비하는 분위기가 십자가만큼 무거웠는지
새 돈 만원을 봉헌하려다가 우연히 눈에 밟히고
무안한 듯 시익 웃으며
주님 열배로만 늘려 주세요.
아.
웃는 모습이 봄비지난 꽃잎 같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짓눌린 분위기에 두 손을 마주잡고 꼼지락 꼼지락
어어.
드디어 터졌다
형제님 어제 예쁜 색시 집에 가서 술을 몽땅 마셨는데 그거 죄요?
그것참, 뒤에 앉은 젊은 자매님께서 귀도 밝으시지
빙그레 웃으신다.
혼자?
(묻는 내가 더 미친놈이긴 한데 . . .)
아뇨 단 체루요
에이 나도 데려가 주지 얼마나 즐거웠으면 지금도 자랑일거나
내일은 신부님 모시고가면 어떨까
아니면 주교님도 모시고
어때?
가만히 내 얼굴을 쳐다보는 귀여운 내 형제여
주님
성령님은
거룩한 표준어로만 제게로 오시는지요?
하느님 고맙습니다
오늘도 준비 못한 미사전례가 사뭇 경망스럽고 행복했습니다
/ 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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