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8주간 토요일 - 진리가 내 안에서 진리가 되려면
심판 받으실 때의 예수님의 모습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7)고 한 이사야서의 말씀대로입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느냐? 저들이 너를 고발하는 것들이 들리지 않느냐?”(마르 15,4)
자신을 전혀 변호하지 않는 예수님에 대해 빌라도는 놀라워합니다. 그리고는,
“정말 말하지 않을 작정이냐? 내가 너를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너를 풀어줄 권한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요한 19,10)
과연 빌라도가 그런 권한을 지니고 있었을까요?
사실 빌라도는 예수님께서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유다 지도자들의 ‘시기’로 인해서 잡혀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마르 15,10)
그러나 그는 백성이 무서워 그들이 요구하는 살인자 바랍바를 풀어주고 죄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내어줍니다. (마르 15,15)
이렇게 됨으로써 예수님께서 굳이 그에게 대답을 하실 필요가 없었음이 드러납니다. 이미 빌라도는 예수님이 죄가 없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백성들의 목소리에 좌지우지되는 우유부단하고 솔직하지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익이 먼저이지 참 ‘진리’를 듣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말만 남기고 듣기를 원치 않고 나가버린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 지도자들이 예수님께 찾아와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라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예수님께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마음 안에 미움이 가득하여 무슨 말을 하여도 트집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생각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너희에게 한 가지 물을 터이니 대답해 보아라.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
그들은 자신들끼리 의논합니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말할 터이니, ‘사람에게서 왔다.’ 할까?” 그러나 군중이 모두 요한을 참예언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군중을 두려워하여,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도 대답하십니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즉, 말해봐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다 지도자들은 마치 빌라도처럼 진실하지 못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에겐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들은 진정 진리에 귀 기울이고 예수님 말씀을 하나라도 더 듣고 깨달으려 하고 있습니까?
평생 성경 한 번을 통독하는 사람이 신자중에서도 많지 않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모습인 것입니다. 하루에 10분씩만 성경을 읽어도 평생 10번은 통독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리스도 앞에서 진실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진실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진실된 이야기를 들어도 그 안에서 거짓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따라서 진실하지 않은 사람은 성경을 읽어도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게 되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진실하지 않으면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이 진실하지 않게 여겨지게 되기 때문에 어떤 진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믿지를 못합니다. 즉, 믿음을 증가시키려면 많은 진리를 받아들이기 이전에 더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사탄을 ‘거짓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거짓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하얀 거짓말’, ‘착한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합니다. 거짓 자체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내가 먼저 참으로 진실한 사람이 된다면 그 때서야 진리가 귀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